ADVERTISEMENT

〈사설〉국정교과서의 무상공급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문교부는 지금까지 일부 도서지방아동과 극빈 아동들에게만 무상 공급해오던 국정교과서를 내년도부터 국민학교 1.2.3학년 전 아동과 4.5.6학년아동의 10%에 해당하는 극빈 아동에게 무상 공급할 계획을 작성, 이에 따른 소요예산 3억9천3백여만원을 신년도 정부예산에 반영시키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문교 당국자의 이와 같은 계획이 장차 경제기획원과 국회의 예산심의과정에서 그대로 채택될 것인지는 제반여건으로 보아 감히 의문시되는 바이지만 만일 그 계획이 햇볕을 보게된다면 이는 별도로 보사당국자에 의해 추진 중에 있는 국민학교 전 아동에 대한 무상급식계획과 더불어 우리 나라 의무교육에 계획적인 전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의무 교육제를 실시하고 있는 선진 제 외국에 있어서는 거의 예외 없이 정치학 아동에 대한 무상급식 및 무상교과서 공급이 관례가 확립 된지 오래이며 우리 나라에 있어서도 모든 국민에게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와 무상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27조의 규정은 수업료의 면제 특전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두 특전을 국가가 보장함으로써만 비로소 그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물이 그렇듯이 원칙적인 찬성이 반드시 현실적인 타당성을 인정할 근거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주지되다시피 지금 우리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의무교육의 위기적 상황은 이와 같은 선진적 시도를 전적으로 환영할 여유조차 없을 만큼 절박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판국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것을 의무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우선 순위를 어디다 두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 하겠다.
정부당국자는 지금 어려운 재정사정을 무릅쓰고 우선 다부제 수업의 지양만을 목표로 하는 의무교육 9개년 계획을 추진 중에 있거니와 이에 따른 매년 소요예산은 국민학교 아동으로부터 징수하는 기성회비 및 외국수조자재비를 합하여 겨우 10억 내지 20억을 넘지 못하면서 그나마 그 소요 재원의 적기 확보에 많은 곤란을 느끼고 있는 실정에 있다.
그러므로 전 아동들에 대한 교과서 무상공급에 따르는 소요예산 3억9천여만원은 아동각자에게 주는 실질적 혜택이 별로 크다고 할 수 없는 반면 그 금액을 매년 휴지로 화해버릴 교과서 무상공급 재원으로 충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액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한편 당국이 이와 같은 계획이 매년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국정교과서 회사의 부담을 덜어주고 국가가 이를 직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교과서 생산원가의 절하 등 몇 가지 이차적인 이득을 모르는 바 아니며 또 보기에 따라서는 선거를 앞두고 당국의 이와 같은 계획이 일부 선거 민들에게 다시없는 선심이 될 수 있으리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의무교육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하여서는 결코 이상주의적인 원칙론이나 정치적인 의도를 수반한 선심공세가 사태의 개선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경고해두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재원은 우선 교육 난 해소에 집중 투자되어야 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