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안보협력체제, 피할 수 없는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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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논의 폐기 선언,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 실험 위협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세미나 역시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참석자들은 “지난 2~3일 북한의 도발은 지속 가능한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새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차질을 빚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지역안보체제 구축을 들었다. 먼훙화(門洪華) 중공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부주임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는 중국의 이익과 부합하는 것”이라며 “시진핑의 중국은 동북아에서 양자 관계의 안보 성과를 다자 메커니즘으로 확대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6자회담을 제도화해 각국의 대화·협조를 촉진하는 것이 중국이 생각하는 동북아 안정의 기본 구도라는 설명이다.

이정훈 연세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6자회담의 정례화와 다자안보협력체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보다 냉철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정훈 교수는 “북한을 대화의 틀로 이끌어내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단계별 보상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관은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북한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의 이번 도발은 중국의 아시아 지역 리더십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라인만으로는 부족한 게 중국과의 외교다. 참석자들은 중국과 통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중국 변수는 이미 양자 관계를 넘어 한국 정치의 모든 일상에 깊게 침투해 있다”며 “차이나 팩터를 항상 고려할 수 있는 참모를 가까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5트랙(반관반민), 2트랙(민간 대화)을 강화하고 청소년 교류를 대폭 늘려 미래 건강한 한·중 관계를 위한 디딤돌을 쌓으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민주·자유·인권 등 양보할 수 없는 가치를 외교적 자산으로 축적하면서 외교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외교라인에 중국통을 기용하는 등 중국을 중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초기 중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 5년 내내 양국 관계를 어렵게 했던 MB정권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뜻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드러났다. 먼훙화 부주임은 “한·미·일 협력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적 구도”라며 “이에 비해 한·중 관계는 지역의 세력 균형과 평화를 파괴하려는 것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 강화로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뚫겠다는 속내다.

◆J차이나포럼=지난해 1월 9일 발족된 국내 최고·최대 규모의 중국 연구 싱크탱크다. 정치·경제·사회·국제분과 중국 전문가 100여 명과 국내 정치·경제계 지도급 인사 30여 명의 고문·자문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중국 및 동아시아 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정부와 기업, 일반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포럼 운영회는 24일 약식 총회를 열어 정종욱 동아대 석좌교수의 회장 연임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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