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002년 투자 더 위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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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의 3분의2 수준인 3조원대로 줄이기로 했다. 또 LG.SK.현대자동차는 올 수준으로 동결할 예정이며, 한진.두산.동양그룹 등은 아직 투자계획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12~17일 30대 그룹 및 업종별 대표 기업들의 내년도 경영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투자 동결.축소 분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고 널리 확산된데다 미래 예측이 안돼 신규사업 등 기본적인 경영전략 방향조차 세우지 못한 곳이 많아 내년도 기업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응답 기업들은▶미 테러사건의 충격이 언제쯤 진정될지▶미국.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얼마나 빨리 되살아날지▶내년도 양대 선거가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등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 경제가 구조적 장기불황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당초 사내 유보금액의 1백%까지 내년에 투자하려던 것을 최근 80% 이내로 낮췄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정보기술(IT) 침체의 충격을 직접 받은 전기.전자, 만년 경기침체를 겪어온 섬유 업종 등에서 투자 축소.동결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공격적 투자를 하겠다는 업종은 백화점.할인점 등 유통업계뿐이었다.

공공부문을 포함한 국내 총 설비투자도 올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가운데 내년에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성장 잠재력에 먹구름이 예상된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기변수 말고도 기업규제 완화 일정, 주5일 근무제 같은 노사현안 등이 확정되지 않아 경영계획을 못짜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입사원 채용 계획에 대해 주요 그룹 중 절반 가량은 '미정'이라고 밝혔으며, 나머지도 동결.축소 계획을 세운 곳이 많아 내년에도 대기업 입사는 '좁은 문'이 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특히 총액 기준으로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움직임이어서 내년 노사 불안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LG.SK 관계자는 "긴축경영을 기조로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췄다"면서 "공격적 투자나 영업보다 현금 확보를 우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개발 투자는 올해보다 늘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2조원 이상, LG전자도 올해보다 20% 늘어난 1조2천억원으로 잡았다.

김동섭.홍승일.권혁주 기자 don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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