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히트] 마약스타 허무한 뒤안길

중앙일보

입력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중문화가 만들어 낸 이미지의 힘이란 무서운 것이다.

'맹구'의 원조 이창훈(45) 씨는 지금도 자신에게 덧씌워진 '바보 맹구'의 이미지를 씻으려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성격 배우를 꿈꾸는 그지만 10년 전 출연했던 오락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서 얻은 이미지의 틀에서 지금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지난 3년간 브라운관을 떠나 있었던 것도 맹구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물론 드라마 속에서 얻은 순수.자애 등의 이미지도 광고를 타며 배우들의 실체인 양 굳어지곤 한다.

최근 황수정(31) 씨의 마약 투약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더 충격적인 것은 황씨가 그동안 쌓아온 독특한 이미지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예진아씨'의 단아한 자태와 히로뽕은 함께 생각할 수 없는 극과 극의 이미지다.

게다가 그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최음제' 운운한 것이 '혹시나…' 했던 팬들의 마지막 기대를 무너뜨린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스타의 이미지에 환상을 품었던 청소년들의 상처가 제법 큰 모양이다. 황씨의 인터넷 팬클럽 중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그나마 문을 열어두고 있는 곳도 게시판이 온통 비난 일색이다. 그 글들에서 대중문화의 허상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진다.

"스타의 이미지란 결국 대중문화 생산자에 의해 철저하게 만들어지고 조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린 모두 이미지의 허상만 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업적 시스템이 생산했던 이미지에 속았다는 허탈감이 든다."

이런 가운데 젊은이들의 정서를 대변해 인기를 끌어온 가수 싸이(25) 의 대마초 흡입 소식이 또한번 10대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스타가 창출해 낸 이미지와 스타의 실체가 빚어내는 괴리와 모순의 쳇바퀴는 대중문화가 가진 숙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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