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도시 위상 한층 높여

중앙일보

입력

부산을 후끈 달구었던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7일 오후 7시 폐막작 '수리요타이'의 상영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세계의 유명 영화인들이 대거 찾아와 높아진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을 실감케 했으며 영화제 기간 내내 중구 남포동 PIFF광장은 관람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그러나 부산을 찾은 영화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문제점도 드러냈다.

◇ 한국영화 인기=국제영화제 때는 대개 외국영화에 시선이 몰리지만 이번 영화제 때는 한국 영화가 국내.외 영화인들과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꽃섬'(송일곤 감독) '낙타들'(박기용 감독)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감독) '나쁜 남자'(김기덕 감독) '괜찮아 울지마'(민병훈 감독) 등은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특히 베를린영화제.칸영화제.로테르담영화제측은 이들 영화를 영화제에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칸영화제 프로그래머 크리스티앙 주엔느씨는 "한국영화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이번 영화제에서 확인했다"며 "내년 5월 칸영화제 때 한국영화 1~2편을 꼭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김은아씨는 "'꽃섬' 등 여러 한국영화들의 미학적인 수준이 대단히 높았다"며 "예술성 높은 한국 영화가 많이 선보인 것이 영화제의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이번에 단편영화.다큐멘터리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 인산인해=PIFF광장은 관객과 관광객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15일까지 총 2백1편의 영화 중 54편이 완전매진됐으며 영화관의 좌석 점유율은 70~75%를 보였다. 조직위는 전체 관람객을 14만~1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전에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관객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30대 이상과 가족 관객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는 등 관객층도 다양해졌다.

◇ 문제점=부산을 찾은 영화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인물은 극성스럽게 챙기지만 지명도가 낮은 영화인들에 대해서는 소홀히 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영화인은 "이름 없는 영화인들에 대한 세세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고 행사를 진행하는 관계자도 권위적이고 경직돼 있다"며 "이런 불만들이 쌓이면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이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화제 규모는 커졌지만 조직위 요원들 간에 손발이 안 맞아 준비와 진행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감독.배우들이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영화상영 도중 음향이 나오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는가 하면 안내판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않는 등의 문제점도 나타났다.

구경나온 시민이나 관객들은 홍보물 등을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 PIFF광장은 쓰레기장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영화가 한창 진행 중인 시간에 입장하는 관객도 줄지 않은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조직위 홍보팀 이경완 씨는 "영화제 때는 상영시간 전에 입장하는 것이 불문율"이라며 "영화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시민들의 의식도 성숙해야 세계적인 영화제로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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