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월드컵] 프로· 아마의 부조화로 반쪽된 드림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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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코칭스태프와 프로 선수로 구성된 한국 '야구 드림팀'은 결국 우려했던대로 실패로 끝났다.

한국은 올스타는 아니었지만 프로선수 19명을 제34회 야구월드컵에 출전시키고도 A조 예선리그에서 4위에 턱걸이한 뒤 8강에서 숙적 일본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번 대표팀의 명단이 발표됐던 지난 달 중순 일부는 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야구월드컵의 전신) 이후 19년만에 우승을 노려볼만하다는 섣부른 예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예정된 부진이었다.

일본전에서 지고난 뒤 김정택 감독이 "선수들이 이기려는 정신자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듯이 대부분 프로선수들은 대회기간 투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일부 선수는 프로야구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아무런 훈련없이 쉬다가 대표팀에 합류,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는 몸상태마저 아니었다.

6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친 뒤 다시 보름 가까이 경기를 벌여야 하는 프로선수들의 피곤함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게 됐다면 최선을 다할려는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전원 아마추어 지도자로 구성된 코칭스태프는 선수 개개인 기량을 파악하는 전문성과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는 용병술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프로야구 8개구단 감독들이 모두 대표팀 사령탑을 고사한 탓에 어쩔수 없이 아마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았으나 프로선수들의 특성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 까닭에 팀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평이다.

게다가 대한야구협회는 실무진보다는 이사급 이상의 임원들만 줄줄이 대표팀에 포함시켜 선수단을 도와주기는 커녕 부담만 과중시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메이저리그가 2004년 각 국 올스타들이 총 출전하는 '슈퍼월드컵'을 추진하는 등 프로선수들을 출전시켜 자국의 명예를 높이려는 추세임을 감안할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아마협회는 대표팀 운영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됐다. (타이베이=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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