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40여곳 세금탈루 조사

중앙일보

입력

국세청이 국내에 진출한 일부 외국계 기업의 세금탈루 혐의를 포착, 40여개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일부 외국계 기업이 ▶해외 본사의 경영자문을 받지도 않고 받은 것처럼 속여 경영자문료를 지급하거나▶자문을 받기는 했지만 자문료를 비싸게 쳐주는 수법으로 수익을 줄여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다고 16일 밝혔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몇 외국계 기업을 표본 추출해 점검한 결과 이같은 혐의가 드러나 조사 대상을 연간매출 1백억원 이상 기업 가운데 10억원 이상을 자문료로 쓴 40여개사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미국.일본계 기업이 포함됐으며,연말 안에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자문료를 부당하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면 관련 세액을 추징함으로써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번 돈을 부당하게 해외로 빼나가는 것을 막을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회계 전반을 들여다보는 세무조사는 아니며, 자문료 실태만을 집중적으로 보는 기획 점검 형태다.

국세청은 외국계 기업이 ▶자문료로 지급한 영수증.경비 등 돈의 흐름과▶실제 어떤 자문을 받았는지▶해외 본사에서 사람이 왔는지▶비슷한 기업의 자문료는 얼마인지 등을 따질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꼭 필요한 자료만 요구할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이전가격 과세지침 등 국제 과세기준에 따라 업무를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기업이 세금 추징에 불복할 경우 본국 국세청에 항의할 수 있으며, 외국 국세청이 다시 우리 국세청과 협의해 해당기업에 대한 추징액을 최종 결정한다.

이와 관련, 미국계 회사 관계자는 "본사 시스템을 가져다 쓸 때 통상 본사의 경영자문이 필요하며 그 대가로 자문료를 낸다"면서 "금액은 본사와 계약한 내부기준에 따라 정한다"고 설명했다.

고현곤.김남중 기자 hk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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