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꼬리운동 촉진 단백질 발견

중앙일보

입력

정자가 난자를 향해 헤엄쳐 가 난자를 뚫고 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자의 꼬리 움직임을 촉진하는 단백질이 발견됨으로써 남녀 어느쪽에서도 복용할 수 있는 부작용 없는 신세대 피임약 개발의 길이 열렸다.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데이비드 클래프햄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정자 꼬리의 한 부분에만 있으면서 꼬리의 추진력을 촉진시키는 단백질을 발견, 이를 CatSper로 명명했다고 밝혔다.

클래프햄 박사는 이 단백질이 정자와 난자간의 수정을 성사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정자는 꼬리를 휘저으며 나팔관을 거슬러 올라가 난자와 만나게 되면 꼬리를 더욱 힘차게 치면서 난자의 표면을 뚫고 진입, 수정이 이루어진다.

클래프햄 박사는 쥐 몇 마리를 유전조작을 통해 이 단백질을 생산하지 못하게하자 이 쥐들은 정자의 활동이 둔해지면서 생식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쥐 난자의 표피인 투명대(透明帶)를 제거하자 활동이 둔화된 이 정자들이 난자속으로 진입해 정상적인 수정이 이루어 졌다.

클래프햄 박사는 정자가 투명대에 이르러 이를 뚫고 들어가려 할 때는 꼬리의 추진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 때 이 단백질이 꼬리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클래프햄 박사는 따라서 이 단백질의 활동을 차단하는 약을 개발한다면 전통적인 여성 호르몬 피임약 보다 부작용이 없고 안전한 피임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클래프햄 박사는 현재 쓰이고 있는 호르몬 피임약은 여성이 임신 가능한 나이까지 매일 복용하애하고 혈전 위험이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피임약이 새로 개발된다면 남자나 여자중 아무나 성관계 전후에 복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클래프햄 박사는 덧붙였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