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 8년 농촌… 소득격차 늘고 빚은 3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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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에서 농사를 짓는 박지운(41)씨는 "UR 협상 이후 정부가 농촌에 많은 돈을 투입했다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집마다 부엌을 개량하고 차를 산 사람들이 많아져 겉으론 농촌이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농협 빚만 늘었다"면서 "교육 등 기반시설이 여전히 나빠 돈이 좀 있는 집안은 자식들을 도시에서 공부시키느라 등골이 휜다"고 말했다.

정부는 UR 협상 이후 57조원(농어촌구조조정자금 42조원+농특세 15조원)을 투입하며 10년 뒤 농촌이 도시만큼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농촌의 현주소는 그 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우선 도시근로자가구와 소득차이가 더 벌어졌다. UR 협상이 타결된 1993년엔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의 95.5%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엔 80.5%에 머물렀다.

농삿일이 아닌 어업.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으로 벌어들인 농업외 소득도 늘지 않았다. 농가의 농업외 소득은 전체 소득 중 52.7%로 한국과 농촌 여건이 비슷한 일본(86.5%).대만(81.8%)보다 낮다.

농림부 심상인 통계기획담당관은 "우리는 모든 산업시설이 대도시에 집중돼 농민들이 농외소득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농외소득이 적기 때문에 농업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만큼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농가가 금융기관과 개인에게 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93년 가구당 평균 6백80만원이었던 빚이 지난해 2천만원을 넘어섰다.

돈벌이가 시원치 않자 젊은 사람들은 농촌을 빠져 나가고 노인들만 남는 노령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하다. 93년 23%였던 60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은 지난해 31%에 높아졌다.

정부가 당초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기대한 농업의 생산성 증가효과도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투자자본으로 이익을 얼마나 내는지를 나타내는 자본수익률을 보면 농업이 93~99년 5.4%로 같은 기간 대기업(7.88%)은 물론 중소기업(6.4%)보다 낮다.

한편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농기계 보급은 이 기간에 크게 늘어났다.94년 2백92만대였던 농기계는 지난해 3백38만대로 증가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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