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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아나운서 황정민 KBS '뉴스7' 새간판

중앙일보

입력

단정함, 신뢰감, 냉철함 등 여자 뉴스앵커가 갖춰야한다고 여겨져온 중요한 덕목들을 나름대로 재해석,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온 황정민(31) 아나운서가 다시 뉴스 마이크를 잡았다.

KBS 가을프로그램 개편에 따라 지난 5일 신설된 2TV 정통뉴스프로'뉴스7'(매주 월~금요일 오후 7시)의 진행을 맡은 것. 황아나운서가 지난 4월까지 진행하며,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던 연성뉴스프로그램 '뉴스투데이'를 폐지하고 새로 편성된 '뉴스7'은 이번 개편에서 KBS가 승부수를 던진 대목 가운데 하나다.

"시청률이 높아야 KBS 직원들이 잘 먹고, 잘 살기 때문에 부담스러워요." 첫마디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거창한 이야기를 할 듯 하더니, 다분히 진실이 담긴 '농담'으로 듣는 이를 실소케한다.

황아나운서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조금은 긴장하고 있었다. '뉴스투데이' 가 아닌 정통뉴스프로그램 '뉴스7' 의 황정민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지에 대한 명확한상이 아직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은 뉴스에 녹아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다음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조금씩 카메라에 비치는 제 모습을 바꿔가야죠. 여하튼 '뉴스7' 에 걸맞는 새로운 황정민의 이미지를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황아나운서의 톡톡 튀는 뉴스진행은 당분간 만나보기 힘들다는 말일까? 지난 일주일간의 방송처럼 자신의 개성을 가능한 드러내지않고 '자제'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자연스럽게 진행하고 싶어요, 하지만 제 '끼'를 자제할 수 있을지는 저도 자신할 수 없네요."

황아나운서는 지난 99년 5월 '뉴스투데이'의 앵커로 시청자들을 만나면서 갖가지 신선한 화제를 뿌렸다.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과 옷차림, 그에 못지 않게 독특한멘트,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얼굴표정 등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 이번 가을개편과 함께 모두 5편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러한 '파격'들은 그녀를 스타 아나운서의 반열에 들게하는 중요한요인이 됐다.

"'참한 외모'와는 달리 덜렁거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실수도 많이 하는데, 그럴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니까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방송에 임하면서 특별히 튀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한동안 삐쭉삐쭉 위로 솟은 '번개머리'로 눈길을 모았던 황아나운서의 헤어스타일은 웬만한 남자의 머리보다도 짧게 변해있었다. 역시 평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이번 '뉴스7'의 진행을 맡으면서 단정하게 바꿔보라는 '내부의 압력'이 있었으나굴하지 않았단다. 헤어스타일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것이 취미인데, 너무 짧아져버려 변형의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아쉬워하는 모습이 꼭 어린 아이같다.

황아나운서가 생각하는 뉴스앵커로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시청자와 감정을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순발력이 필수적이란다.

"1~3분간의 리포트를 보고 재빨리 시청자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멘트를 던질 수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개편과 함께 '뉴스7'을 비롯, '도전 지구탐험대','접속, 어른들은 몰라요'등의 진행을 떠안은 황아나운서는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을 묻자 서슴없이3년전부터 진행해온'황정민의 FM 대행진'을 꼽았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화여대 재학시절 학보사 기자로 있으면서 한꺼번에 사회와 인간에 대해 너무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큰 고민없이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좀 바쁘기는 하지만, 저는 지금 이 아나운서라는 직업과 제 위치가 너무 좋을 뿐입니다." 황아나운서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지난 93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서울=연합)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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