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고 덥석'… 상장폐지 경계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29일 업필과 창민테크가 재무상태가 좋지않아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제시를 거부당해 다음달 12일과 13일 각각 상장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가 결정된 종목은 17개로 늘었다. 2002년 1~3월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은 3개에 불과했으나 2003년 12개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0개사가 상장폐지됐다. 이달 말까지 지난해 회계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보고서 제출이 집중되는 30~31일 상장 폐지 기업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있다.

◆ 상장폐지 종목 피하기=상장폐지 종목을 샀다가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주식을 사기 전에 기업의 재무상태부터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올 들어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의 82%가 회계 감사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다.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거나 타인 자본이 많은 기업, 이자 부담이 큰 기업 등이 경계 대상이다. 이런 기업의 경우 판매나 수주 계약을 했다는 공시가 나오더라도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계약금 지급 사실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각 기업의 회계 보고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이트(dart.fss.or.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증권사에서 분기나 연간 단위로 발간하는 상장기업 분석보고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무조건 싸다고 주식을 덥석 사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코스닥에선 주가가 액면가의 40%에 미달하는 기간이 한달 이상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석달내 일정 요건 이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퇴출당한다. 전체 주식 수에 비해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이 지나치게 적거나 시가총액이 20억원 이하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조심해야한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관리종목이나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에 대한 투자는 신중할수록 좋다"며 "퇴출이 예정된 기업에 대해 투기 매매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 사후 손실 메우기는 어려워=투자한 종목이 상장폐지 대상이 되면 일시적으로 매매가 정지된 후 7일간 정리 매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정리매매를 하면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기업 청산 등으로 한푼도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퇴출한 기업이 재상장하는 데는 적어도 3년 이상이 걸린다.

최근에는 상장폐지된 기업들의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서 회사를 되살리고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모임을 만드는 경우도 늘고 있다. 22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슈마일렉트론의 소액주주 180명은 '전국 슈마주주 연합회'를 결성하고 의결권 모으기에 나섰다. 이한주 대표는 "절반 이상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뒤 그동안 회사 경영의 문제점 파헤쳐 필요하면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낼 계획"이라며 "회사 자산을 매각해 주주들의 피해를 보상받는 방법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리.한메NS 등의 소액주주들도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소액주주의 의결권 결집과 경영진 교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소액 주주를 결집하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통해 미리 예방하는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