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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있는 대학으로 첫 퇴출 위기…어딘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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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북 남원에 있는 서남대 의대 본과 1학년인 P씨(23)는 학교 당국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횡령 등 학교 운영 비리로 설립자인 이홍하(75)씨와 김응식(58) 총장이 최근 구속됐기 때문이다.

P씨의 동기생 중에는 서울대 공대 중하위권 학과에도 합격했는데 의대라는 이유로 서남대를 택한 이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입학 후 부실한 학교 상황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P씨는 “다른 의대는 상위 15% 정도까지 장학금을 준다고 들었는데 우리 학교 의대는 1, 2등을 제외하곤 장학금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의 명예만 실추된 것이 아니다. 학교가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일 서남대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학교법인과 대학의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이르면 7월께 학교 폐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폐쇄 조치를 내릴 경우 서남대는 의대가 있는 종합대학으로는 처음으로 학교 간판을 내려야 한다. 의대는 지역에 관계없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전국에서 몰린다. 대부분 부속병원이 있어 학교법인의 재정 여건도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그런데 서남대를 계기로 의대도 대학 구조조정에서 예외일 수 없음이 드러났다.

 교과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학은 부속병원의 환자가 부족해 학생들에게 임상실습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웠다. 2009년 1월~2011년 8월 이 대학은 1만3596시간의 임상실습을 했다고 교과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교과부의 감사 결과 실제 실습 시간은 8034시간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 대학은 최소 이수시간을 채우지 못한 148명에게 학점을 줬고 이 중 134명은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교과부는 이들에 대한 학점·학위 취소를 요구했다.

 문제점은 의대만이 아니었다. 이 대학은 지난해 교과부의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대학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재적학생 숫자를 속였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이 대학 재적학생은 3557명(재학생 2222명+휴학생 1335명)이었다. 수년째 신입생 충원이 잘 안 되다 보니 매년 모집정원(1857명)의 절반밖에 못 뽑았고 학교 여건에 실망한 자퇴생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 대학은 지난해 재적학생이 7407명인 것처럼 학교 정보를 허위로 공시했다. 교과부는 서남대 설립자인 이씨가 세운 다른 대학인 한려대·광양보건대·신경대에 대해서도 특별감사를 하고 있다.

 부실 운영으로 도마에 오른 의대는 서남대뿐이 아니다. 관동대 의대도 부속병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실습교육 의무를 위반해 입학정원 10% 감축이라는 벌칙을 받은 상태다. 김재금 교과부 대학선진화과장은 “실습교육 의무를 1차 위반한 의대에 내리는 입학정원 감축 비율을 5~10%에서 최대 50%로 올리고 2차 위반 시엔 의대를 폐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입법예고됐다”며 “시행령이 개정되면 부실 의대에 대한 구조조정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숫자로 본 서남대 비리

330억 설립자 교비 횡령액
20명 전임교원 허위 임용 수
8034→1만3596 임상실습 조작 시간
3557→7407명 재적학생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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