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상, 6학년때 비틀스 빠져… 한국적 멜로디에 치중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일 오후 서울 청담동 스튜디오.

스케줄 관리용 칠판에 현재 곡을 주기 위해 작업 중인 가수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이수영.포지션.이지훈.이소은.김범수.조관우.쿨…. 인기 가수와 신인을 막론하고 무려 열네명. 현재 그가 가요계에서 구가하고 있는 인기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 했다. 윤일상씨. 올해 스물일곱살이다.

"외가 쪽이 클래식 집안입니다. MBC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주제곡을 만든 드라마 음악가 최경식씨가 외삼촌이고, 어머니도 피아노를 전공하셨어요. 다섯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지요. 처음 작곡을 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로, 여덟살 아래인 여동생의 생일을 기념하는 노래였습니다."

윤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사준 비틀스 앨범을 듣고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중.고교 시절 3백여곡을 만들어 그 악보를 지금도 보관 중인데, 김민종씨의 '야후' 등이 이때 만든 노래들이라고 한다.

1992년 열아홉살 때 박준희가 부른 '오 보이'로 데뷔했다. 차트 정상에 오른 첫 히트곡은 이듬해 듀오 미스터투가 불렀던 '난 단지 나일뿐'이다.

95년 DJ DOC 3집에 참여해 '겨울 이야기''리멤버''OK OK' 등 한 음반에서 세곡이나 정상에 올리면서 1백만장 이상의 음반을 파는 일명 밀리언 셀러 작곡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터보('회상') , 영턱스클럽('정') , 이승철('오늘도 난') , 김건모('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박지윤('가버려') , 쿨('점포 맘보') , 김범수('하루') , UN('파도') , 이정현('미쳐') 등 수많은 가수들에게 히트곡을 줬다.

그의 주특기는 흔히 '뽕끼가 섞였다'고 말하는 한국적 댄스곡이다. 귀에 얼른 와닿는 멜로디를 세련되게 편곡해내는 실력이 주무기다. 그는 일부 비평가와 매니어들의 평가에 대해 강하게 반론을 폈다.

"팝적인 노래는 높게 평가하면서 한국적 멜로디가 들어가면 폄하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데뷔 때도 지금도 저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노래를 만든다'는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올들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는 얼굴없는 가수 김범수의 '하루'를 통해 발라드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과시했다.

대중의 귀를 사로잡을 줄 아는 윤씨가 음악적으로 어떤 길을 가느냐에 가요계의 행로가 상당 부분 달려있다는 점에서 그의 활동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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