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이지스'토털 농구' 송골매 사냥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지만 승패를 예상하기가 정말 어렵다. 세팀이 4승1패로 공동선두를 이루는 일대 혼전 양상이다. SK 빅스는 통산 전적 10전 10패로 맥을 못춰온 '형님팀' SK 나이츠를 86-78로 물리쳤다. 만년 하위팀 동양 오리온스는 SBS 스타즈를 95-76으로 두들기고 4연승, 마침내 공동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빅스는 1999년 11월 14일 부천에서 첫 대결, 84-95로 패한 이후 23개월28일 만에 첫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오리온스가 스타즈를 누른 것도 지난해 1월 9일 1백13-94로 승리한 이후 22개월2일 만의 일이다. KCC 이지스는 한경기 1백득점 이상의 공격력을 자랑하며 단독선두를 달리던 LG 세이커스를 112-93으로 제압했다. 바꿔넣을 후보조차 마땅찮아 보이는 삼보 엑써스는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코리아텐더 푸르미를 85-79로 이겼다.

이날의 히트상품은 이지스-세이커스전이었다. 신선우 감독이 강조해온 '토털 농구'가 진가를 떨쳤다. 가드 이상민을 제외한 주전 4명이 모두 1m90㎝를 훌쩍 넘는 이지스는 수비 리바운드에 이은 속공으로 결판을 냈다. 세이커스를 상대하는 팀은 힘으로 맞서다가 제풀에 주저앉곤 한다. 세이커스처럼 무차별 슛을 퍼붓는 팀과 경기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는 종반에 흐름을 놓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세이커스가 초반부터 이지스의 강공에 휘말려 페이스를 잃고 말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세이커스에서 이적한 양희승이 전반 15득점을 퍼부었다.양선수는 자신과 맞트레이드된 조성원이 자주 자신과 비교되기 때문인지 세이커스만 만나면 독을 품는다. 경기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장거리포로 23득점하며 분을 푸는 듯한 표정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