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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하는 도시(11)|과용이 더럽히는 대전(상)|중동 10번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윤락여성의 집산지>
윤락 없는 도시가 없고 적선지대 아닌 역전이 없다. 그러나 대전의 역전 「중동10번지」는 대전시민이 아닌 과객에 의해 번창해졌고 또 윤락여성의 대 집산지라는 데서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른바 화대의 영세성에서 전국 으뜸가고-.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 발0시50분.
그 노래처럼 대전엔 야간열차가 많다. 총52개 상·하행 여객열차 중 밤11시부터 새벽4시 사이에 발착하는 열차가 14개나 된다.
대전의 열차승객은 하루 2만 여명, 연간7백만 명을 넘고 이들의 3분의1가람이 밤손님이다.
야간열차에서 내리는 타향 손님은 검은 「유니폼」에 「안내」라고 횐 글씨로 써 붙인 청년들이나 「팔짱낀 여인」들의 화려한 영접에 어리둥절 한다. 그 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따라가는 곳은 십중팔구 적선지대. 역전광장에서 오른편, 겉으로 보기엔 2, 3층 건물로 말끔히 단장되어 있지만 골목으로 한 발자국만 들어서면 여인숙 간판이 집보다도 많고 「제객」과 「밤의 여인] 들이 그 여인숙보다 몇 곱절 많이 늘어서서 손님을 끄는 중동10번지와 그 일대.

<두통거리 두 가지>
『대전의 고민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군사시설이 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과 역전 사창가문제지요』
이렇게 말하는 이 남호시장은 군사시설은 교외이전이 내정되었지만 사창은 어떻게 할 엄두더 못 낸다는 것. 이곳의 등록된 윤락여성은 4월말 현재3백3명(경찰집계는 308명). 그 밖에 미등록자가 3백 명이라고 보는 측도 있고 1천명은 될 거라는 측도 있어 종잡을 수 가 없다. 적어도 6맥 명 이상의 윤락여성이 중동과 인접 정동을 휩쓸고 멀리 원동주택가까지 파고 들고있다.
경찰당국이 파악하고있는 이일대의 무허가 여인숙이 1백1개소이니 사실상 이곳은 통틀어서 적선지대라는 당국의 평. 1박에 1백50원만 내면 『아침밥까지 대접받을 수 있으니 비싸고 까다로운 여관에 들 필요가 있읍니까?』 강사관계로 객지에 있는 시간이 집에 있는 날 보다 많다는 한 과객의 얘기.

<저축 한 푼 못하고>
하루의 두끼 밥값이 80원, 월1만여 원의 수입이 있어도 옷값과 사치를 요구하는 직업 (?) 탓으로 저축한푼 할 수 없이 몸만 병든다는 하소연. 중동10번지의 K양은 50원 수입이면 청객에게 2O원, 방 값 20원주고 나머지10원이 자기 몫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계산이나. 경찰 측이 조사한 수지명세서는 일수인2백원, 밥값 80원과 잡비 1백원, 검진비 20원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은 「제로」라 고 되어있다.

<끝도 시작도 없고…>
『이곳의 윤락은 끝이 없고 시작이 없읍니다.』 한 경찰간부의 말. 작년여름 적선지대의 윤락행위 단속에 나섰다. 밤11시까지 2백4명의 위반자를 잡아왔으나 청객 행위는 여전하더라는 것. 그래서 이들을 집단수용해서 주택가침투를 막으려고 했다. 실무자를 대구와 인천 등지에 파견, 견학(?)까지 시켜왔으나 이런 예정지의 주민들과 포주, 윤락여성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수포로 들아 가고 말았다. 집단 수용되면 손님이 줄어든다는 것 이 후자의 숨은 반대이유.

<앞서야할 예방선도>
시당국은 예방과 선도가 앞서야 된다고 했고 경찰당국은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무작정 팽창을 막아야한다는 소극론. 어느 것 하나 근본적인 처방은 못 되었다. 하긴 대전의 윤락이 대전의 책임만은 아닌 것. 더구나 시나 경찰에서 깨끗이 해결할 성질의 것도 못 된다.
고 이상백박사는 『매춘이 직업이 된 이상 이것도 하나의 노동행위』라고 했다. (세대지64년6월호「지하촌에 꿈틀대는 인간산맥」에서) 막대한 여성잠재 실업자를 흡수 할 항구적인 생산시설이 갖추어지지 않는 한 약한 여성의 윤락을 막을 길은 없다.
「대직」없는 「선도」만으로 그들을 갱생시키기는 야간열차를 없애기보다 더욱 어려운 일.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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