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제친 올 세계 최대 산유국은? '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석유 추출이 가능한 ‘셰일오일’ 암석. [중앙포토]

셰일오일 등 비전통적 석유류의 생산이 급증하면서 미국이 올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이라고 영국의 석유기업 BP가 내다봤다. 미국은 또 2030년이 되면 에너지 자급률이 9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의미를 축소시키는 등 국제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BP는 17일 내놓은 ‘장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세계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6배, 셰일가스 생산량은 3배 각각 늘어나며 에너지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BP는 “특히 미국의 석유류(전통 원유+셰일오일+바이오 연료) 생산량이 올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앞질러 세계 1위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예상한 2017년보다 4년 이른 것이다. 미국의 올 석유류 생산량은 하루 1150만 배럴로 지난해보다 5.5% 늘어나는 데 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조치에 따라 생산량이 약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B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토프 륄은 “셰일(진흙 퇴적암층)에서 뽑아내는 비전통적 석유 및 가스 생산을 미국이 주도하며 관련 산업과 일자리를 팽창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엄청난 매장량과 앞선 채굴 기술, 선진적 금융 기법과 유전의 사적 소유 등이 어우러져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BP에 따르면 셰일가스의 가용 매장량은 중국·러시아 등 아시아 대륙이 57조㎥로 북미 대륙의 47조㎥보다 앞서고, 셰일오일 매장량은 북미(700억 배럴)가 아시아(500억 배럴)보다 많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에 맞서 셰일오일 및 셰일가스 생산에 박차를 가하겠지만, 미국을 따라가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게 BP의 분석이다.

 미국은 이와 같은 비전통 석유류 생산에 힘입어 2030년이 되면 에너지 자립국이 될 것이라고 BP는 밝혔다. 현재 미국의 에너지 자급률은 83% 선이다. 미국은 그동안 부족한 에너지를 중동에 주로 의존하면서 이 지역 분쟁에도 자주 개입했지만, 앞으로 그럴 일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비전통 석유류 생산에 적극 나서면 기존의 전통 석유류 가격은 하향 안정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이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태양광 발전 등 고비용 구조의 에너지 산업은 상당 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셰일가스 등 비전통 에너지 분야를 미국 경제를 부흥시킬 신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셰일가스 산업은 이미 60만 명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2015년이면 85만 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