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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노후 우산’ 퇴직연금 …삼성증권·하나대투가 가장 많이 키워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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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은행보다 높은 증권사 수익률’ ‘원금보장형보다 유리한 실적배당형’ ‘대형 업체들의 부진’.

 본지가 각 금융회사들이 최근 공시한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분석해 얻은 결론이다. 직장인들에게 관심이 높은 2012년 퇴직연금 수익률이 공개됐다.

 17일 금융감독원과 각 회사 공시 자료에 따르면 원리금보장형 상품 기준으로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회사는 DB(확정급여)형은 삼성증권(5.12%), DC(확정기여)형은 하나대투증권(5.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 상품 중에는 ING생명의 DB형(5.08%)이 유일하게 수익률 5%를 넘겼다. 손해보험사 중에는 메리츠화재가 DB형(4.89%)과 DC형(4.75%) 모두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업권별로는 증권사 수익률이 은행을 앞질렀다. 성적이 좋은 증권사들은 DB형 상품에서 5% 초반대 수익을 올렸다. 반면 퇴직연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시중은행들은 4.5∼4.6% 정도의 수익률에 그쳤다. 한국씨티은행은 3.73%로 가장 낮았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같은 DB형 상품인데도 수익률이 차이 나는 것은 후발주자인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고재현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컨설팅팀장은 “기업 고객과 대출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은행에 비해 증권사들의 영업력이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윤과 수수료를 낮춰서라도 고객 수익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용 방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의 92%를 예·적금에 넣어두는 은행 퇴직연금은 지난해 저금리 기조로 별 재미를 못 봤다. 반면 증권사들은 예금보다 금리가 약간 높은 원금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에 전체 퇴직연금의 31%를 투자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회사별 실력차도 컸다. 증권에서 가장 저조한 NH농협증권의 수익률은 DB형 3.66%, DC형 2.89%에 불과했다. 은행권의 원리금보장형 중 4.7% 이상의 수익을 올린 상품은 제주은행 DB형(4.76%), 산업은행 DB형(4.73%), 부산은행 DC형(4.7%) 등 3개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적립액의 80%가량을 금리확정형 보험 상품에 묻어두는 보험사들은 회사 규모와 수익률이 반비례했다. 중소형사들이 대개 4% 후반대 금리를 제시하며 고객을 끌어들인 반면, 대형사들은 4%대 중반에 머물렀다. 생보사 원리금보장형 DC형 상품 중에선 동부생명(4.79%)의 수익률이 높고 메트라이프(2.8%)는 저조했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원리금보장 상품보다는 실적배당 상품에 가입하는 게 훨씬 나았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DB형 상품 중에서도 원리금보장형의 수익률은 4.59%, 실적배당형 수익률은 8.05%였다. 한국SC은행과 외환은행, HMC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의 실적배당형 DC형 상품의 수익률도 8%를 넘었다.

 이영철 대신증권 퇴직연금팀장은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퇴직금의 성격 때문에 어떤 것이 좋다고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며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할 경우 단기적인 수익률보다는 3년 이상 장기 수익률이 좋은 회사와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원금보장형 상품은 DB과 DC형 사이의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DB형의 수익률이 높은 경우도 많았다. 회사가 운용을 맡는 DB형이 원금보장형 ELS에 많이 가입하고, 개인이 직접 굴리는 DC형이 예금에 묻어 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DB형의 ELS상품 편입 비중이 7.6%인 데 비해 DC형은 1.6%에 그쳤다.

 회사 규모와 수익률엔 별 관련이 없었다. 국내 퇴직연금의 절반 가까이를 장악하고 있는 ‘빅 5’ 금융회사들의 수익률은 별로였다. 점유율 14.1%로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은 DB형과 DC형 모두 4.41%에 그쳤다. 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도 4%대 중반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후광 덕에 빅 5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HMC투자증권의 경우 DC형 상품이 4.23%의 수익률을 보였다.

삼성증권 퇴직연금컨설팅팀 박범진 차장은 “퇴직연금 운용사를 고를 때는 금융회사들이 내세우는 보장수익률이라는 게 대개 1년짜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퇴직연금이 길게는 20∼30년간 붓고 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사의 운용 실력과 컨설팅 능력을 잘 보고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사별 퇴직연금 운용 성적표는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종합안내(http://pension.fss.or.kr)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분기마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이 사이트에 올려야 한다.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둘의 차이는 퇴직금 자금의 운용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DB형은 회사가, DC형은 개인이 운용 책임을 진다. DB형은 회사가 투자하다 손실을 내도 직원이 퇴직 시 미리 계산된 퇴직금을 줘야 한다. 즉 개인은 약속된 퇴직금을 받을 뿐 퇴직금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나 손실은 모두 회사가 안게 된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분기별 또는 매년 정해진 계좌에 넣어주면 개인이 운용해 자금을 불린다. 이때 개인은 계좌를 튼 금융회사와 논의해 예금·ELS·펀드·국공채 등 분야별로 투자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 DB형과 DC형도 모두 원리금보장상품과 비보장상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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