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200] 자원봉사자 성복년씨의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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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영어통역 자원봉사를 하고있는 성복년(44.주부.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여느 때보다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바로 오늘이 자원봉사를 나가기로 돼 있는 월요일이기 때문. 관람객들이 오전 11시에나 밀려오기 때문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도 될 법하지만요즘 경기장을 찾아 자원봉사하는 것을 인생의 가장 큰 낙으로 삼고 있는 성씨는 아침부터 부산을 떤다.

지난해 3월부터 같은 곳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성씨는 최근 월드컵조직위원회로부터 열정과 능력을 인정받아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월드컵 공식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 인원이 늘어나면서 이전에는 일주일에 두,세번 나가던 것이 한번으로 줄어든 것이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 낙방한 다른 많은 이들이나 같이 일해 왔던동료들이 경기장이 아닌 다른 장소로 재배치된 것을 생각하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나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홍보관에 도착해 막 숨을 고르려고 하는데 방문객들이 몰려든다.

이곳을 하루에 방문하는 사람은 모두 1천여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40%가량은 외국인이고 나머지는 내국인이다.

특히 50-100명의 단체관람객을 만날 때면 성씨의 유창한 영어와 초등학교 교사와 걸스카우트 대장을 하면서 갈고 닦은 실력들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게다가 성씨는 학원을 통해 영어를 배운 것이 아니라 해외여행 등을 다니며 많은 외국친구들을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도 친근하게외국인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고 자신한다.

방문객들은 성씨의 유창한 영어 실력 뿐만 아니라 해박한 월드컵과 축구 지식을바탕으로 쉽게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호응이 대단하다.

지난 번에는 상암경기장을 찾은 '붉은 악마' 회원들이 성씨의 안내와 설명을 받고는 너무 좋았었다며 붉은 악마 홈페이지에 감사의 글을 올렸던 기억을 떠올리고는성씨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홍보관을 찾은 브라질인들은 브라질의 본선진출이 현재 오락가락한 상태라 내년에 꼭 한 번 더 오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같이 슬퍼했고 북중미카리브지역 첫 본선진출국인 코스타리카인들과는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성씨가 귀가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인터넷 서핑. 먼저 월드컵 자원봉사 교육사이트(http://volunteer.2002worldcupkorea.org)에들어가서 현재 진행 중인 인터넷 소양교육을 마치고 그 다음엔 모임방이라든지 아니면 조직위원회나 축구협회 등 월드컵관련 홈페이지를 두루 섭렵한다.

가끔 초등학생들이 월드컵에 대해 숙제할 자료가 필요하다고 게시판을 통해 요청하면 그동안 인터넷에서 찾아 정리해둔 자료들을 e-메일로 보내주기도 하고 한국에 대한 자료가 필요한 외국인들이 눈에 띄면 직접 우편으로 팸플릿 등을 보내준다.

최근까지 181일, 약 300여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해오면서 월드컵에 대한 열정도커졌고 또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 회장이 한국을 찾았을 때 함께기념사진을 찍은 기억과 정몽준 회장, 히딩크 감독 등을 차례로 만나 받은 사인들을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성씨는 머지않아 다가올 2002한일월드컵에서 민간외교관으로 활약할 날을 꿈꾸며 오늘도 잠자리에 들기전까지 자기 개발에 열중이다.(서울=연합뉴스) 이봉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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