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호텔, 월드컵 거부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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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대회 기간에 서울의 특급호텔(지방체인호텔 포함)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개최도시 관광호텔(1~3급)들이 슬롯머신 영업 허용 등을 요구하며 '외국인 숙박 거절'실력행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숙박대란이 우려된다.

호남지역 40개 관광호텔 대표들은 9일 광주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민정부 시절 폐지된 관광목욕장업(증기탕)과 관광오락업(슬롯머신)을 부활시켜 주지 않으면 '국제축구연맹(FIFA)패밀리 객실'예약을 취소하고 외국인 투숙객을 받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관광호텔 업계는 오는 12일 서울 한국관광공사에서 전국 호텔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고 관련법 개정과 행정규제 완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가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40여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월드컵대회 기간 중 심각한 숙박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선수단.임원.언론인용 숙소인 'FIFA 패밀리 객실'의 경우 서울 51곳.광주 20곳 등 전국 2백28개 관광호텔이 월드컵대회 기간을 전후(내년 5월 26일~7월 3일)해 2만2천6백24개를 내주기로 숙박예약 대행업체인 월드컵 한국숙박사업단과 이미 협약을 맺은 상태다.

패밀리 객실 예약취소의 뜻을 밝힌 지방호텔은 1백30개(객실 8천여개)에 이르며, 대도시 특급호텔들은 이미지 손상 등을 우려해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업계측은 문민정부 이후 호텔에 대한 영업제한으로 전국 4백86곳의 호텔 중 1백45곳(지난해 말 기준)이 휴.폐업하는 등 관광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조일형(63)부회장은 "납득할 만한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호텔이 관광사업등록증 반납 등 강경투쟁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업계가 관광오락업 부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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