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불안한 韓, 안정된 日

중앙일보

입력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자동출전권을 얻은 한국과 일본 축구대표팀은 잇단 평가전으로 실력을 다듬고 있다.일찌감치 트루시에 감독 체제에서 발을 맞춘 일본은 거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는 평을 들어야 한다. 최근 평가전을 바탕으로 두 팀의 상황을 비교해본다.

8일 세네갈과의 경기를 마치고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은 "베스트 11의 윤곽을 잡았다"고 했다. 취임 11개월째를 맞아 이제야 자리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안정된 모습은 아니다. 해외파가 빠졌을 때와 합류했을 때의 플레이가 확연히 차이나고, 선수들의 포지션도 아직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히딩크가 생각하는 베스트 11의 윤곽을 보면 공격에서는 좌우 공격수로 나선 최태욱(안양LG).이천수(고려대)가 자기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

스리백에서 중앙수비수 역할을 충실히 해낸 송종국(부산 아이콘스)은 바로 히딩크가 요구하는 '다기능 플레이어'다.

후반전에 투입된 설기현(안더레흐트)과 안정환(페루자)은 날카로운 공격을 주도, 베스트11 진입이 긍정적인 편이다.

크로아티아전에서도 스타팅 멤버로 출전하는 최진철(전북 현대)과 이을용(부천 SK)은 다시 한번 믿음을 줘야 한다.

최전방의 이동국(포항 스틸러스)과 미드필더 이영표(안양 LG)는 신임을 얻는 데 실패했다. 당장 이동국은 크로아티아전에 출전하지 못하고 이영표도 해외파가 모두 들어오면 주전자리를 꿰차기가 쉽지 않다.

10일 상암경기장에서 열리는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는 유럽파가 총출동한다. 설기현을 중앙에 세우고 이천수와 최태욱을 양쪽 날개, 안정환을 플레이 메이커로 활용하는 다이아몬드형 공격포메이션을 가동한다.

수비는 세네갈전에서 합격점을 받은 스리백을 다시 한번 시험해본다.

필립 트루시에 일본축구팀 감독은 지난 7일 이탈리아와 1-1로 비긴 후 "월드컵을 향한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의 전력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언제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자신들의 의도대로 플레이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두가지 뚜렷한 특징이 이탈리아전에서 나타났다.

첫째는 오노 신지(네덜란드 페예누르드).이나모토(잉글랜드 아스날) 등 '팬터지 스타'들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점이다.'팬터지 스타'는 화려한 개인기로 인기를 누리는 선수를 가리키는 일본식 조어다. 이들의 약점은 힘과 기동력이 떨어지고, 수비 가담 등 궂은 일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란한 개인기와 날카로운 패스는 물론 거친 몸싸움과 악착같은 수비로 단연 돋보였다.

일본은 전반전에 나카타가 빠졌으나 이 두 선수의 활기찬 미드필드 플레이에 힘입어 경기 내용에서 이탈리아를 앞섰다.'나카타의 팀'에서 '나카타가 없어도 좋은 팀'으로 진화한 것이다.

두번째는 수비 조직력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경기 전 일본 매스컴은 가와구치와 마쓰다가 부상으로 빠진 수비진이 걱정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일본은 델 피에로.인자기.토티 등 세계적인 이탈리아 공격수들의 파상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역할과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력'을 보여준 것이다. 트루시에 감독은 후반 무려 7명의 선수를 교체하는 여유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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