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슈퍼컴 공동개발 김광호 · 김우진 부자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초당 1천8백억번의 연산을 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리눅스 슈퍼컴퓨터를 공동 개발한 포스데이타의 김광호(58)사장과 리눅스원의 김우진(31)사장.

두 사람은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경쟁자 겸 협력자지만, 가정으로 돌아가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다.

"사업을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데 아들이 경영하는 회사라고 협력 못할 이유가 없다며 부르시더군요."(김우진 사장)

"리눅스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슈퍼컴퓨터를 개발키로 결정은 했는데 파트너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김광호 사장)

그래서 아버지가 찾은 곳이 리눅스원.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리눅스원의 앞선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포스데이타 개발팀의 요청도 빗발쳤다. 그러나 김광호 사장은 장남인 김우진 사장 때문에 쉬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실제 그동안에도 두 회사는 협력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리눅스원은 포스데이타의 라이벌인 LG-EDS와 전략적 제휴를 하고 사업하던 경쟁기업이었다.

김우진 사장은 "일단 협력키로 한 뒤에는 아버지 덕 본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부지런하고 꼼꼼한 것은 가장 확실히 닮은 점. 아버지는 쇼핑백에 책과 신문기사 스크랩 뭉치 등을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읽고 메모한다. 아들도 늘 노트를 휴대하고 다니며 각종 경영계획과 일지를 기록한다.

다른 점도 많다. 포스코 근무 시절 30년간 재무분야에서 일한 아버지는 숫자에 밝고 원칙을 중시하지만, 아들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서글서글하면서도 외향적이다.

아버지는 아들에 대해 "마음이 여리고 정에 약한 것이 단점"이라고 깎아내리면서도 "책임감이 투철하고 대인 설득력이 뛰어난 점은 괜찮다"고 한마디한다.

아들은 "따로 살지만 매주 수요일 아침을 같이 하면서 아버지로부터 경영을 배운다"며 "포스데이타와 공동으로 슈퍼컴퓨터 판로를 개척하는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지만 단서를 붙였다. "못하면 당장 결별"이라고.

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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