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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역 야간통금 해제 건의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화당 주변에서는 5·16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최근 서울시 일원에 걸친 야간통금 해제를 정부에 건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그에 소요될 예산의 조기 확보 난과 주무부인 내무부 측의 냉담한 반응으로 흐지부지 주저앉아 버리게 됐다는 소식이다.
알려진 바로는 동 당 사무국에서는 최근 그들 자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로 서울시민의 대다수가 통금해제를 열망하고 있음이 밝혀졌을 뿐 아니라, 다른 어느 곳보다도 서울시가 전국에서 으뜸가는 관광지라는 이유로 이와 같은 통금해제 조치를 건의할 방침을 세웠던 것이나 관계당국의 의견을 타진한 결과 정작 주무부인 내무부 측에서 아무런 회답을 하지 않고 있으며 또 서둘러야 할 소요예산의 확보문제도 추경예산의 작성시기가 오는 9월로 미루어진 데서 이와 같이 모처럼 계획했던 공화당 측의 건의가 흐지부지 좌절됐다는 것이다.
통금제도의 위헌적 성격과 그것이 국민생활에 끼치고 있는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불편에 대해서는 굳이 새삼스럽게 거론을 할 필요가 없을 줄 안다. 해방 직후의 미군정 포고령으로써 처음 실시케 됐던 이 「커퓨」제도가 그 뒤에도 별다른 법적 근거도 없이 계속 20여 년간이나 실시돼 내려오는 동안 여론은 한결같이 그 위헌성과 국민생활에 끼치는 현실적 피해를 들어 그 해제를 열망, 요구해 왔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통금해제가 당국이 걱정하는 바와 같은 치안의 문란이나 사회풍기의 해이 현상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는 것은 당국이 객년 3월이래 이미 전면적인 해금조치를 실시한 충북 및 제주도 일원의 실태가 우연히 증명하고 있는 터이다. 충북도의 경우 야간통금의 전면해제가 실시된 지난 한 해 동안, 도내에서는 강력범이 36.9%나 줄었고 그 반면 도범 등 각종 잡범의 발생건수가 18%만큼 증가했으나 도민들은 스스로 「질서에의 긍지」를 느껴, 심야에 있어서의 주정·대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일이 많이 자숙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돼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서울시 일원에 걸쳐 지금 당장 통금해제 조치가 취해진다 하더라도 이로써 치안이 문란해진다거나 더 많은 보안사범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 등은 현실적으로도 근거가 극히 희박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의 국시를 내걸고 민주행정을 실시해 온 지 벌써 20년이 되는 오늘, 이와 같은 통금제도의 현실적 효용여부나 기술적 난점 여부보다는 오히려 그와 같은 제도가 가지고 있는 비민주적 성격에 대해서, 이제 근본적인 반성을 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현행 통금제도의 추상과 같은 금령이 모든 선량한 시민들의 자유를 속박하고 그들에게 유형·무형의 정신적 고문을 가하고 있는 반면, 특수층 인사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고 밤을 향락하는 반사회적 특전을 부여하는 꼴이나 다름없는 불평등을 조성함으로써 그 자체가 어느 의미로는 반사회적 긴장을 만들고 있는 독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처럼 공화당이 구상한 이와 같은 환영받을 건의가 조속히 구체화되고 정부에 의하여 받아들여 질 것을 요구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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