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브라질 또 패배 “본선 진출 너무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우린(볼리비아) 너희(브라질)의 제물이 될 수 없다”

볼리비아가 라파엘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 짓고 샴페인을 터뜨리려던 브라질의 야망을 무산시켰다.

볼리비아는 8일(한국시간) 홈 구장인 에르난도 실레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2 한·일 월드컵 남미예선 17라운드 경기에서 고지대 이점을 살려 ‘삼바축구’ 브라질을 3-1로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브라질은 이날 패배로 2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겨도 본선 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던 유리한 찬스를 무산시키는 한편 5위 우루과이에도 승점 1점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브라질은 볼리비아와의 경기에 이기는 경기보단 지지않으려고 노력했다. 1차전 브라질 홈 경기에서 5-0의 승리를 거뒀지만 2차전 원정경기는 해발 3천6백50m의 고지대에서 벌어지는 경기라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 반대로 볼리비아로서는 고지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볼리비아의 작전대로 브라질 선수들은 경기 시작과 함께 산소 부족을 나타냈고 기동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몇 차례 간담이 서늘한 위기를 넘긴 브라질은 운 좋게 전반 25분 속공으로 얻은 찬스를 스트라이커 에지우손이 왼발 중거리 슛으로 선취 득점을 넣었다.

그러나 브라질은 선취 득점이후 볼리비아의 줄기찬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공이 자신에게 안 오거나 아웃 되기라도 하면 선수들은 손을 허리춤에 차고 고개를 떨구며 괴로워 하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냈다.

전반 초반부터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후반 41분 볼리비아의 모테로에게 동점 골을 허용했다. 수비수가 걷어내야 하는 볼을 판단 미스로 드리블하다 모테로에게 가로채기를 당했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되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위태위태하게 막아내기 급급하던 브라질은 결국 동점 골을 기점으로 댐이 붕괴되듯 수비조직이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 24분 카푸의 불필요한 파울로 얻은 프리킥을 발리비에소가 차 넣어 역전에 성공했다. 볼리비아 선수들 대부분이 키가 작아 헤딩 슛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골키퍼가 전진 수비한 것을 본 발리비에소가 기습적으로 40여m 중거리 프리킥을 쏘았고 공은 그대로 골 문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볼리비아는 이후 사기가 떨어지고 만신창이가 된 브라질을 맞아 43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홈에서 기분 좋은 '삼바축구' 사냥을 즐겼다.

브라질은 이날 패배로 8승 3무 6패 승점 27점을 기록, 우루과이(승점 26점)와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여전히 사정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외줄타기(?)를 즐겼고 일주일 뒤 홈에서 최하위인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본선 행 티켓을 위해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유럽 클럽 팀들이 선수 차출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브라질로서는 막판까지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편 앞서 벌어진 에콰도르와 우루과이와의 경기는 1-1로 승부를 비겨 에콰도르가 사상 처음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고 우루과이가 비김으로써 파라과이까지 덩달아 본선에 진출했다.

또 콜롬비아는 4명이 퇴장 당하면서 7명이 싸운 칠레를 3-1로 물리치면서 조 5위에 부여되는 꺼져가던 플레이오프 불씨를 되살렸다.

Joins 이병구 기자 <lpg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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