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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지사 “경기도 보육에는 국경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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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시흥시 일원에서 보육을 주제로 열린 경기도 찾아가는 실국장회의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보육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흥시의 경우 전체 인구 42만명 중 외국인이 2만1천명으로 다문화가정이 많이 거주한다. 이날 회의에도 아이를 둔 결혼이주여성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김문수 지사는 보육시설과 경기도형 무료 키즈 카페인 아이맘카페를 둘러보며 결혼이주여성을 여럿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8년간 고향을 가지 못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자밀라(가명·30) 씨였다.

김 지사는 실국장회의에 앞서 시흥시 정왕동에 개소한 도내 다섯 번째 아이맘카페 현판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아이를 둔 주부 19명이 참석했다. 그 중에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도 7명이 있었다.

아이맘카페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체험프로그램에도 직접 참여한 김 지사는 결혼이주여성들과 간담을 나눴다.
김 지사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자밀라 씨에게 말을 거넸다. 자밀라 씨는 한국생활 10년째다. 9살, 7살 된 두 아이의 엄마다.

김 지사가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하고 묻자 그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왔습니다”라며 담담히 말했다.
“친정 갔다 온 지 몇 년 됐어요?”라는 두 번째 물음에 그녀는 “8년 전에 다녀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갑자기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친정 이야기에 울컥한 것이다.

그녀의 눈물에 주위가 숙연해졌다. 김 지사는 그녀를 다독였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고향에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녀는 다시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결혼이주여성인 일본 출신의 사에코(가명·44) 씨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로서 무엇을 준비할지 몰라 걱정했다. 다른 지역은 교복 물려입기 프로그램이 있는데 시흥에는 없는지 묻자 김 지사 옆에 있던 김윤식 시흥시장이 교육청에 건의해 보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다문화가정의 경우 제도나 정책을 잘 몰라 불안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편물이나 SMS 등을 통해 자녀 진학에 맞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해 보겠다는 당찬 결혼이주여성도 이날 화제를 모았다.

스리랑카 국적의 다사야나 가제 샤말리(33) 씨는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에서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다문화 다사랑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 사례를 발표했다.

부모협동조합은 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부모가 어린이집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시흥시는 전경련의 예산지원으로 지난해 12월 건립된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을 부모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여기에 다문화가정이 중심이 되는 ‘다문화 다사랑 협동조합’도 인가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다문화 다사랑 협동조합을 준비 중인 샤말리 씨는 2008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시흥시 거모동에 정착했다. 5살, 3살 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시흥시 사회적기업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결혼이민자 아카데미를 통해 다른 결혼이주여성들과 만나 육아의 어려움을 터놓고 이야기하게 됐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말이 서툴러 어린이집 교사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어린이집 배정에서 우선 순위(직장인 우선) 때문에 차 순위로 밀려 아이가 한국말을 접할 기회를 잃게 될까 걱정했다. 불법체류자 엄마의 경우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때 애로점이 많았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결혼이민자 아카데미 교육생 중 5명이 의기투합해 다문화가정 중심의 부모협동조합을 추진하게 됐다.

다문화 다사랑 협동조합 터전은 정왕동에 있는 아파트로 잡았다. 아파트 임대보증금은 조합원이 출자했다. 시흥시에서는 사회적기업 창업지원금과 어린이집 운영 초기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샤말리 씨의 발표를 들은 김 지사도 다문화 다사랑 협동조합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그녀를 격려했다.

샤말리 씨는 “어린이집 인가 절차가 진행중이어서 불확실한 마음이 있었는데 지사님 앞에서 발표를 하고 말씀을 들으니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다문화 다사랑 협동조합을 함께하는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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