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정권 교체기에 ‘CJ 특혜법안’ 재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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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CJ 특혜법안’으로 불리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 움직임이 정권 교체기를 틈타 다시 추진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채널사업자(PP) 한 곳의 매출이 전체 유선방송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33%에서 49%까지 늘릴 수 있게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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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업계 관계자는 “인수위에 파견 나가 있는 방통위 출신 공무원들이 이번 인수위 보고를 그동안 미뤄졌던 안건을 처리하는 호기로 삼는 것 같다”며 “이동통신사의 가입비 폐지 등 통신비 절감이 가능한 내용을 전면에 배치해 당선인의 호감을 산 뒤 반대가 심해 보류됐던 안건을 뒤로 빼 쉽게 처리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번 인수위 보고서 내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가 “(관련법 개정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CJ 특혜법안은 지난해 2월부터 방통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전문 미디어 기업을 육성하려면 대형화가 필요하고, 이를 저해하는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며 관련법 개정을 밀어붙이다가 CJ의 콘텐트 독점력 강화를 우려한 국회와 학계의 거센 반대로 중단됐다.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방통위가 국회 승인 없이 시행령을 통과시킬 경우 시행령이 아닌 법안에 소유제한 규정을 담을 것”(한선교 문방위원장)이라며 방통위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역풍을 불러온 건 ‘미디어 공룡’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국내 최대의 P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보유하고 있어 방송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CJ 계열의 몸집은 더욱 비대해진다. 현재 CJ는 CJ헬로비전과 CJ E&M을 통해 케이블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전체 케이블TV 가입자 가운데 가장 많은 350만 명(24%)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고, CJ E&M은 tvN과 m.net 등 현재 16개의 알짜 채널을 통해 케이블TV에서 압도적인 23%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의 핵심을 이루는 PP와 SO를 손에 쥐고 있는 CJ 입장에서 PP 매출 비중을 33%에서 49%로 완화하게 되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케이블TV 시장에서 군소 사업자의 생존은 크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추진하려 하자 국회 문방위원인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국회 논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민주통합당 문방위원인 배재정 의원도 “야당뿐만 아니라 문방위 차원에서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지 않은 걸 다시 추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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