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나깨나 정보통신

중앙일보

입력

'LG전자.삼성전자.SK텔레콤'.

지난 1일 방한한 쩡페이옌(曾培炎)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주임(장관) 일행이 둘러본 기업 명단이다. 국가발전계획위는 우리의 재정경제부에 해당하는 곳.

중국 경제 지휘부인 曾주임 일행이 다른 제조업은 제친 채 정보통신분야만 둘러본 것이다. 일행 중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망 구축사업의 결정권을 쥔 마더슈(馬德秀) 고기술산업발전사 사장(司長) 도 있었다.

◇ 최대 관심은 정보통신="기술 개발에 최대 난제가 무엇이었나." "개발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모토로라와 지멘스 등의 기술과 어떤 차이가 있나."

3일 안양 LG전자연구소와 기흥 삼성전자 연구소를 잇따라 방문한 曾주임은 CDMA 기술의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질문들을 쏟아냈다.

曾주임은 두 연구소에서 CDMA 시스템장비 도면을 중점적으로 관찰하고 "삼성과 LG의 기술수준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의 구미 정보통신전시관을 방문한 馬사장 등은 광섬유 공장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재경부 관계자는 "중국은 하이난(海南) 섬에 광케이블을 깔 계획"이라며 "삼성의 기술수준을 점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중국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2천만회선 규모의 CDMA망 입찰에 참여시키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로부터 중국 서부지역에 연구소 설립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대가'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 국내 기업의 열띤 경쟁=국내 정보통신기업들의 曾주임 일행 모시기 경쟁도 치열했다. 曾주임 일행이 중국의 정보기술(IT) 산업 발전계획을 총지휘하는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업체들마다 자기 회사에 많은 시간을 배정해줄 것을 요청해 조정하느라 힘들었다"고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말했다.

삼성전자는 曾주임이 일정 때문에 구미의 정보통신전시관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자 수원 매탄동 사업장에 디지털 역사체험관을 새로 만들 정도였다.

LG전자의 경우 曾주임 일행이 본사만 잠깐 들르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연구소 방문이 꼭 필요하다고 적극 요청해 성사시켰다. 3일 오전 안양연구소에서 구자홍 부회장이 曾주임을 수행하며 CDMA 개발현황을 설명하고 사업협력 방안을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중국측이 "이동통신 사업의 운영 노하우를 알고 싶다"며 방문을 요청해 무난히 첫 방문업체로 뽑혔다. 2일 曾주임과의 오찬에 손길승 회장.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김승정 SK글로벌 부회장.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 등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해 SK의 중국 진출 계획을 밝혔다.

이상렬.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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