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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SBS 드라마 '화려한 시절'

중앙일보

입력

#1.야간 공고를 다니는 철진(류승범) 은 명문대를 다니는 형 석진(지성) 의 등록금을 마련하겠다며 할머니의 패물을 훔쳐 전당포로 간다. 돈이 있을 것 같은데 내놓지 않은 할머니가 원망스러워 ' 일'을 저지르고 만거다.

겉으론 냉정하지만 돈을 내놓지 못하는 할머니의 마음인 들 오죽했을까. 전당포 주인은 '그건 모두 가짜'라며 손사래를 친다.

가난이 모든 걸 지배했던 1970년대, 징그럽지만 이젠 정겨워지려하는 그 때 일상의 한 단면이다.

#2.'해방촌 불도저'라 자칭하는 철진. 총각 딱지도 못 뗀 녀석이 무슨 '짱'이냐고 친구가 약을 올리자 양공주 촌으로 가 오기를 부린다. "누나, 저 하고 한번만 해주세요". 제대로 일도 못 치르고 쫓겨나는 철진. 그 녀석의 고민과 난동은 우리 네가 겪는 성장통(成長痛) , 바로 그것 아닌가.

지난 주말 첫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화려한 시절'(연출 이종한,극본 노희경) 의 제작진은 당초 고달팠던 70년대지만 희망이 있고, 가족이 있어 행복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했다. 소홀해진 가족의 중요성을 복원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우치겠다고.

드라마의 출발은 처음 의도에 접근하는 듯 하다. 우선 그 시절의 아픔을 비켜가지 않고 똑바른 시선을 주고 있고 시대의 아픔을 내포한 캐릭터들도 적절히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노희경 작가는 전작과는 사뭇 다르게 코믹적 요소에도 상당히 배려한 듯, 시종 웃기는 드라마 만들기에 성공하고 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야기 진행에 군더더기가 없어 깔끔했다.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이키키 브라더스'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류승범은 첫 TV드라마 주연에서도 밀리지 않아 굵직한 배우로의 가능성을 보였다.

류승범과 함께 할머니 역을 맡은 김영옥씨의 억척스러운 연기도 시선을 잡았다.

그러나 김영옥과 함께 박원숙.박근형 등 얼마전 '그 여자네 집'에서 나온 배우들을 또 보는 것이 다소 식상했다.

이태원 거리, 당시 버스와 자동차 등 70년대의 세트와 소품에도 신경을 쓴 듯하지만 치밀하지 못해서 현실감이 덜했다. 드라마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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