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 문학의 뿌리찾아 고향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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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삶의 시원(始原) 을 찾아가는 길. 그 길을 고향 가는 길이라 하자. 한 해의 끝자락 11월, 달력에 빨간 날도 별로 없어 우울하기 그지 없고 겨울 초입의 쌀쌀한 바람이 콧잔등을 때려도 어머님이 계신 곳, 고향은 따뜻한 아랫목과 같지 않으랴.

이런 마음을 품고 대구.경북 지역 출신 문인들이 지난 3~4일 고향 대구를 찾아 문학강연과 문학순례행사를 열었다.

문단에서 농담 삼아 'TK세력'이라 일컬어지는 '보리회'소속 문인들의 행사였다.

보리회란 보리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경상도 사람을 가리켜 "보리 문디(문둥이) "라 하는 데서 착안했다고 한다. 김원일.오양호.이문열.홍상화.정호승.오정국.김수복.안도현.노현숙.김완준씨 등 소속 문인과 대구가 고향인 서울대 조동일 교수 등 20여명이 대구에 모여들었다.

3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문학강연회 행사 중 현직 문인들이 나와 '나의 문학과 나의 고향'이란 주제로 고향이 자기 문학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는 시간은 많은 문학 소년.소녀들의 관심을 끌었다.

소설가 김원일씨는 "문학의 원천적 뿌리는 10대의 기억"이라며 "고교 시절 대구 변두리의 황량한 들길과 어둠을 가르고 신문을 돌릴 때, 그 겨울밤 추위 속에 보던 별들이 왜 그렇게 서럽던지…"라고 회상했다.

시인 정호승씨는 "내 시의 밑거름은 내 고향 대구 신천동에서 살던 기억, 겨울 밤 화장실에서 똥 누던 소년이 빛나는 별과 보름달을 본 기억"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후 술자리에서 조동일 교수는 "역시 소설가와 시인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같은 별인데도 어쩌면 그렇게 바라보는 눈길이 다른가"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에 앞서 강연회 개막식에서 보리회 회장인 인천대 오양호 교수는 "오늘은 문인들의 홈커밍데이"라며 "문학은 결국 고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어 문인협회 대구지회장인 도광의 시인이 답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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