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업계 사정에 캄캄"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경제인들이 6일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과 공무원의 행태를 신랄히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한 외국 경제인 1백여명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다.

모임의 토론 주제는 '21세기 한국 경제의 선택.외국 경제인이 본 한국 경제의 혁신과제'. 李총재가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과 미래를 위해 지혜를 달라"고 인사말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 쓴소리가 쏟아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제프리 존스 회장은 3대 위기를 꼽았다. 경제.지도력.경쟁력에서 한국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의)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며 "그런데 오늘날 한국 기업들은 규제 때문에 숨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고급인력이 많아 외국인들의 투자선호도가 높지만, 문제는 정부 실무자들에게 있다"며 "한국 공무원들은 업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 그동안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며 "특히 경제운용에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존스 회장은 "넥타이를 이탈리아에서 만들면 35달러 받지만 한국에서 만들면 5달러"라며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이미지부터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비엘 스매켄스 유럽상공회의소장은 "한국이 국제적으로 통용된 규칙과 룰을 지키는 게 경쟁력 향상의 관건"이라며 "2002년에는 한국 경제도 조정기를 겪겠지만 성장 기회는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노 마사히데 서울 저팬클럽회장은 "일본이 (한국에)더 투자하기 위해 한국은 보다 나은 투자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이회창 총재와 외국 경제인들의 질의응답.

▶카를로 트레자 이탈리아 대사=한국 경제를 낙관하는 발표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李총재는 앞으로 20년간 매년 6%의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는데 너무 낙관적인 계획 아니냐. 여기에 한국은 (경제성장 뿐 아니라)환경분야와 삶의 질에도 신경 써야 한다.

▶李총재=잠재성장률을 6%로 잡은 것이다.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최소한 이 정도 성장은 해야 한다고 본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 시티은행 마케팅이사=정부가 금융개혁을 했다는데,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너무 세다.

▶李총재=현정부의 4대부문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금융부문에서 관치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당이 관치금융 청산을 위한 입법을 시도했지만 여당이 반대해 무산됐다.

이수호 기자 hodor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