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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법 논의하는 자리, 서울시 담당자는 멀다고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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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2월 27일 ‘택시산업팀’이라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국회의 ‘택시법’ 통과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구성원은 국토부 직원 세 명과 교통연구원·교통안전공단·대전시·충남도청의 대중교통 담당자 한 명씩 모두 7명. 이 팀은 6월 말까지 세종청사 7층 임시사무실에 머무르면서 택시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그런데 팀 구성 자체부터 문제가 생겼다. 서울시 담당자가 쏙 빠졌다. 서울의 택시 수가 전국의 30% 가까이 되는데도 핵심 정책 파트너가 팀에 합류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교통연구원에서도 그간 택시업계의 문제점을 파헤쳐온 연구위원 대신 그 아래 직급인 연구원이 TF에 들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연히 서울시 담당자 파견을 요청했는데, 세종시가 멀고 힘들다고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가까운 대전·충남에서 파견을 받았다”며 씁쓸해했다.

 우리나라의 택시법 대책팀 구성에서 보듯 행정기관 분산으로 혼란과 비효율을 겪고 있는 대표적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9년 뒤인 99년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현재 12개 부처가 베를린으로 옮겨졌지만 교육부를 비롯한 7개 부처는 본에 있다. 본이 계속 베를린과 함께 독일의 정치·행정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부처의 분산은 비효율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부처 간 정책조정도 필요할 뿐 아니라 연방의회와 기관 등과의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생겼다. 이전 초기엔 본~베를린 셔틀 비행기가 공무원 출장을 위해 하루에 약 22회 왕복할 정도였다. 애초 독일 정부는 본과 베를린을 연결하는 영상회의 시스템 등 전자통신망을 구축했다. 부처 간 의사소통의 문제를 가능하면 줄이기 위해 부처의 기능 통폐합 등 행정개혁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또 모든 부처는 제1청사(본부)가 소재하지 않는 다른 도시에 제2청사를 설치하고, 제2청사에도 독자적인 업무체제를 갖추도록 했다. 본에 1청사를 두고 있는 부처의 경우엔 장관이 베를린에 상주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양현모 수석연구위원은 “독일 의회와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데 든 비용이 우리 돈으로 약 12조원. 여기에 베를린과 본을 연결하는 정보통신망 구축과 두 도시 간 600㎞를 오가는 공직자들의 출장비 등을 고려하면 수도 이전의 전체 비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행정부처 이전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젠 가장 큰 부작용인 행정 비효율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 2009년 행정연구원은 ▶영상회의 활성화 ▶연락사무소 설치 ▶공무원의 국회 출석 관행 최소화 ▶대통령과 총리의 업무분담 ▶장관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보 ▶전 부처에 복수차관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유한식 세종특별자치시장은 국회 분원 유치까지 주장한다. 그는 “이제는 행정 비효율을 말할 단계가 지났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유치하고 화상회의를 강화하는 등 실질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성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업무 효율성을 위해 세종청사 공무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기를 높여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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