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신흥국 채권, 금 투자 유망 … 원화 아직 싸 … 외자 더 들어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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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풀

“원화가치는 아직 저평가돼 있다. 올해 한국에 외국인 자금이 더 들어올 것이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HSBC 글로벌에셋매니지먼트의 필립 풀(Philip Poole) 글로벌 투자전략 대표가 이런 전망을 내놨다. 14일 서울 봉래동 HSBC 한국 본사에서 한 ‘2013년 투자 전망 기자간담회’에서다. 풀 대표는 HSBC 이머징마켓 리서치센터 센터 대표와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고, 로이터 등에서 뽑은 이머징마켓 최고 이코노미스트에 선정된 투자 전문가다.

 풀 대표가 근거로 삼은 것은 구매력평가지수(PPP)를 적용한 각 나라의 통화가치다. 그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터키·러시아의 통화와 비교할 때 10%가량 낮다. 이 두 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한국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투자 매력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국의 중앙은행·국부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에게 한국 채권을 사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도 루피, 필리핀 페소, 멕시코 페소 등 이머징 국가의 통화가 달러 대비 저평가돼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 통화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대외변수로는 중국의 경기 회복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3분기에 바닥을 찍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도 계속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가 함께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주택·고용시장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개선 조짐이 나타나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정절벽(fiscal cliff)’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점은 불안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닮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높은 부채 수준과 정부 정책 오류 때문에 통화 완화 정책을 펴는 데도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올해 투자는 주식보다 채권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했다. 최근 10년간 주식보다 채권 수익률이 더 높다는 게 근거다. 특히 “선진국 채권보다는 신흥국 채권, 국공채보다는 회사채 투자가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국채의 수익률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금의 투자 전망이 밝다고 했다. 그는 “금값이 최근 7년간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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