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e-메일 교환하게 되면…]

중앙일보

입력

이르면 이달 초부터 북한 현지인과 e-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자 북한과의 경제사업에 나선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시험 가동 중인 인터넷 사이트 실리은행(www.silibank.com)의 개설로 방북에 따른 사업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3개월에 한차례 방북하는 P사 관계자는 "전화나 팩스가 안되기 때문에 일상 업무도 평양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비용이 아까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아직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북자들은 대개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베이징(北京) 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간다. 보통 1주일이 소요되는 이 출장에는 숙박비를 포함해 1인당 비용이 2천5백달러(약 3백20여만원) 정도가 든다.

중국 베이징이나 단둥(丹東) 에도 북한 무역대표부가 있지만 이 곳에서는 연락 업무만 하고 계약서.합의서 작성 등 구체적 사안은 평양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방북할 예정인 A사 관계자도 "e-메일로 협의할 만한 일도 평양에 가야 할 경우가 많았다"며 "처음에는 관광차원에서 방북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가급적 통신수단을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실리은행의 개통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없지 않다.

특히 한총련을 비롯한 일부 이적단체들이 실리은행 사이트를 통해 북한과 교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북한 주민과의 접촉은 통일부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의 승인없이 실리은행을 이용한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어떻게 제재하느냐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또한 실리은행 사이트가 지속적으로 정상 운행될지에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도 있다. 시험 가동 중인 지금도 자주 접속이 끊어지는 등 서비스가 불안정해 회원 가입비(1백달러) 와 3개월치 예상통신비를 미리 내고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리은행 관계자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시스템이 불안정해 시간을 갖고 계속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수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