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미 세 기술 '나노테크 대전'] '손목 노트북' 누가 먼저 만드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공군은 카멜레온처럼 주변 환경에 맞춰 색깔이 변하는 비행기를 개발 중이다.비행기 겉에 극미세 입자인 '나노분말'로 만든 페인트를 칠함으로써 스스로 보호색을 만들게 하자는 구상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부는 지금의 반도체보다 1천배 이상 처리속도와 저장 용량이 높은 테라비트(테라는 1조) 급 전자 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이 소자가 개발되면 노트북 컴퓨터를 손목시계 만큼 작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원자 몇 개를 뭉쳐 사람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정도의 가는 회로나 극미세 정보저장 용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일.유럽 등 선진 각국에 나노테크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국가 연구 개발력을 최대한 동원해 21세기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나노테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나노테크는 높이나 굵기.폭 중 어느 하나가 1~1백 나노m(1나노는 10억분의 1m) 에 들어가는 물질이나 소자를 말하는 것으로 극미세 기술의 꽃으로 불린다.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를 마음대로 조작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성질을 갖는 물질을 만들거나 고성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쇠의 원자를 다시 배열해 원자간 간격을 좁히면 강도가 일반 쇠보다 7배 세진다.

원자 하나에 하나의 정보를 기록한다면 이론상 1조의 만배인 1경(京) 권의 일반 대학교재를 각설탕 크기의 반도체에 저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같은 기술이 대중화하지 못한 것은 원자 몇십개만으로 원하는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다. 현재 개발된 최첨단 상용반도체 중 가장 가는 회로의 경우에도 단면적에 수천~수만개의 원자가 들어갈 정도로 굵다. 1나노m에는 두세개의 원자가 들어간다.

최중범(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나노테크는 10년 안에 꽃피며 컴퓨터.생명공학.신약.소재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일.유럽간에 나노테크 패권 쟁탈전도 치열하다.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은 재료와 바이오분야,일본은 소자분야에 연구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나노소자 쪽에 힘을 쏟고 있다.

나노테크 개발의 선두 주자인 미국은 21세기 3대 중점 연구과제로 나노테크를 선정하고 올해 4억2천만달러(약 5천5백억원) 의 정부 예산을 쏟아부었다.

미 국회도서관의 모든 장서를 각설탕 크기에 저장할 수 있는 기억용 소자,원자.분자를 조립하는 기술, 몇개의 암세포도 검출할 수 있는 초감도 생체센서, 펜티엄Ⅲ보다 1백만배 강력한 프로세서 등을 개발하는 게 미 정부의 주요 목표다.

일본도 미국에 질세라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 나노테크 개발 예산만 해도 미국과 거의 비슷한 규모인 4억달러(5천2백억원) 에 이른다.일부 전자 소자분야에선 일본의 기술력이 미국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은 유럽연합 회원국이 참여하는 에스프리트 차지프로그램,팬톰프로그램 등 공동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박방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