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임리스 멜로디

중앙일보

입력

카메라가 돌아가기까지의
시간과 그곳에 함께 있던 사람, 물건, 풍경...

아침이 되어 나는 당구대 위에서 눈을 떴다. 몸을 일으켜 그 낡은 당구장 실내를 둘러보았다. 친구들은 어디론가 가고 없고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주 조용했고, 이상하게도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내가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는 동안 한 사람이 죽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그 남자는 무척 자상한 사람이었다. 흡족하다고 하기엔 거리가 먼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결코 나쁜 죽음은 아니었다.

앉으면 엉덩이가 빠질 것 같은 가게 소파 위에서 남자가 자면서 죽어가고 있을 때, 그 곁에서는 그의 젊은 친구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그 이외에도 연주된 음악은 많이 있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위해 기타를 친 적도 있었고, 세 명이 서로를 위해 즉흥적으로 연주한 적도 있었다.

그들의 음악의 느낌은 그것이 마치 그들이 존재했던 증거인 것처럼, 지금도 그 언저리에 서로 겹치면서 남겨져 있었다. 간유리 저 너머에서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왔다.

나는 그 빛을 마음에 간직하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그들은 실재의 인간이 아니었고, 들리던 음악도, 내가 느꼈던 빛도 모두 내안에만 존재했던 것이었지만, 영화를 만들면 어쩌면 그것을 본 누군가에게 전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감독 오쿠하라 히로시 -

영화는 세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다. 낡은 당구장의 점원 가와모토와 음악동료 지카코는 건조한 나날을 보낸다.

두 사람은 시노다라는 중년의 단골손님과 친하게 지내는데, 어느 날 술에 취해 당구장에 들린 시노다는 가와모토와 비슷한 나이의 아들이 있다고 말하고는 죽어버린다. 가와모토는 아들 다무라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전하고, 이를 계기로 세 젋은이에게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하지만, <타임리스 멜로디>에 '"경험=성장"이라는 낭만적이고 낙관적인 도식은 없다. 가와모토와 다무라는 시노다의 시신을 수장하고 지카코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당구장을 나선다. 그것이 그들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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