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우즈 부진속 '춘추전국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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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우즈의 독무대는 아니다.'

2001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고 군웅이 할거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데이비드 듀발(미국) 등 기회를 엿보고 있던 강자들이 우즈가 부진한 틈을 타 영웅의 대열에 합류하면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는 것. 대부분의 전문가가 올 시즌 시작과 함께 우즈를 매 대회 우승 1순위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만큼 지난해 우즈의 성적은 경이로움 자체였다.

우즈는 지난 시즌 20개 공식대회에 출전, 단한번의 컷오프 탈락없이 9승을 따내면서 돈방석(918만8천321달러)에 앉았다.

준우승도 3차례 있었고 애드빌웨스턴오픈에서 공동 23위에 그친 게 최악의 성적일 정도로 말그대로 신들린 활약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최연소 그랜드슬램 달성, 한해 3개 메이저타이틀 석권, 한해 평균최저타 달성 등 전인미답의 진기록을 남겨 탄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올 첫 무대인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 공동 8위로 암운을 드리우더니 닛산오픈까지 연속 5개 대회에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우즈가 프로 데뷔 후 5개 대회 연속 우승컵을 들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절치부심해 베이힐인비테이셔널과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석권하고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타이틀까지 방어하는 등 출전대회 3연속 우승으로 '역시 우즈'란 찬사를 받고 내친 김에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도 정상에 올랐으나 영광도 잠시였다.

US오픈에서 공동 12위에 그친 뒤 부진의 늪에 빠져 이후 4개 대회에서 한번도 '톱 10'에 들지못하면서 3개 메이저타이틀을 넘겨주는 수모를 겪은 것. 지난 8월 NEC인비테이셔널에서 3개월만에 다시 우승, 슬럼프 탈출을 알렸으나 시즌 마지막대회인 투어챔피언십까지 승수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우즈는 올 시즌 19번 출전에 5승을 거두고 상금총액 568만7천777달러로 톰 왓슨(1977-79) 이후 처음으로 3년연속 상금왕 등극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 바든트로피(68.81타)도 차지, 내용면에서는 황제의 체면을 세웠으나 명성에 비해서는 저조한 성적표라는 분석이다.

반면 우즈가 시즌 중반 이후 난조를 보인 사이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US오픈을,'메이저 무관의 제왕'이던 듀발은 브리티시오픈을, 데이비드 톰스(미국)는 PGA챔피언십을 각각 제패하면서 우즈 1인 지배체제이던 PGA 판도를 어느 정도 바꿔놓았다.

이처럼 4대 메이저타이틀의 주인이 우즈를 포함, 4명으로 갈린 가운데 각각 2승씩을 챙긴 필 미켈슨(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도 '우즈 공포증'에서 벗어나며 춘추전국시대 전환에 일조했다.

또 94년 US오픈 우승 이후 매년 1승을 올렸던 어니 엘스(남아공)와 통산 9승을 차지한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 비제이 싱(피지)이 무승에 그쳤다는 점도 올 PGA 투어에서 눈에 띄는 대목. 이밖에 로버트 앨런비(호주.2승), 호세 코세레스(아르헨티나.2승), 예스퍼 파네빅(스웨덴), 마이크 위어(캐나다), 마루야마 시게키(일본 이상 1승) 등 외국 선수들의 활약이 어느때보다 두드러졌다.

춘추전국시대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지 아니면 우즈가 또 다시 주도권을 잡고 골프역사를 새로 쓸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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