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위기 닥치면 선진국도 손실부담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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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 확립에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를 직접 경험한 당사자들이 그 대처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신흥시장 저명인사 그룹(EMEPG)의장인 사공일(司空壹)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재무장관.인터뷰 30면)은 5일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국제 금융체제 재건을 위한 서울보고서'를 발표했다.

사공일 의장은 "앞으로 추진할 국제 금융체제 개편방안에는 헤지펀드 등 급격한 단기자금의 이동을 규제하고 선진국 채권단도 금융위기에 따른 손실을 분담하는 장치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금융위기를 겪는 당사국의 일방적인 희생과 조정만을 강요해온 국제통화기금(IMF)식 처방에 반론을 제기하며 선진국도 금융위기에 책임을 나눠질 것을 요구했다.

사공일 의장은 "그동안 국제 금융시장 개편에 관한 논의가 선진7개국(G7) 등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신흥시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신흥시장 국가가 완전 고정환율제나 완전 변동환율제 중 하나를 택하지 말고 각국의 경제사정을 감안해 환율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탄력적인 중간 환율제도를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또 신흥시장의 외환 수급과 경제 전반에 영향력이 큰 주요 기축통화(달러.엔.유로)간 환율이 급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선진국이 제도적 장치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보고서를 작성한 신흥시장 저명인사 그룹은 한국의 사공일 전 재무장관을 의장으로 로베르토 잘러 전 칠레 중앙은행 총재 등 11개 신흥시장 국가의 전.현직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가 참여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전 세계은행 부총재(컬럼비아대 교수)와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국제경제연구원장,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등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jong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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