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3국 경제공동체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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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3(한.중.일)정상회의가 '동아시아 정상회의'라는 새로운 틀로 변신하는 전기를 맞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5일 기조발언을 통해 동아시아 정상회의 창설과 함께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와 '동아시아 포럼'설치를 제안했다.

金대통령의 제안은 동아시아 연구그룹(EASG)의 협의를 거친 뒤 내년 프놈펜회의에서 구체적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金대통령은 "세계경제 질서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유럽연합(EU) 등 지역을 기반으로 재편되는 추세 속에서 동아시아만 '아세안+3'이라는 느슨한 형태를 유지해서는 세계의 중심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의 역내 교류비중은 33%로 EU의 61%나 NAFTA의 46%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으로만 인정돼왔다. 모든 회원국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동아시아 정상회의로 전환될 경우 한국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 있다.

궁극적 목표인 경제공동체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린다. 金대통령은 중간단계로 각국에 자유무역지구를 벨트와 같이 연결하자고 제의했다.

◇ 한.중.일 정상회동=한.중.일 정상들은 중국의 경극을 실마리로 경제협력 의지를 다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가 "상하이 APEC 만찬에서 경극을 봤는데 가면을 너무 빨리 바꿔써 정말 바꿔쓰는건지 모르겠더라"고 말하자,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는 "일종의 지적재산권이고 국가기밀에 속해 함부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金대통령이 "한.중.일 3국 문화교류를 막자는 것이냐"고 응수해 폭소가 터졌다.

朱총리가 "한류(韓流)열풍을 몰랐는데 이제 한국 배우 이름도 알게됐다"고 말하자 고이즈미 총리도 "나도 한국가수 계은숙의 명예후원회장이고, 영화 '쉬리'도 봤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에서 朱총리가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문화가 몰려 들어오는 것 같다"고 한데 대해 金대통령은 "한국은 중국에서 1천5백년간 문화를 받아들였는데 이제 중국이 한국문화를 1백년만 받아들여달라"고 답했다.

한편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의장인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국왕은 알파벳 순으로 자리를 배치하던 관례를 깨고 金대통령을 의장 옆자리에 배려했다.

반다르 세리 베가완=김진국 기자 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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