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유무역협정 실천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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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5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한국.중국.일본 3국 정상회의에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제안했다.

이같은 제안은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 형편이나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더불어 교역장벽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서둘러야 마땅한 정책이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지역별.국가별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수출입은 물론 직.간접투자와 기술.인적 교류 등을 크게 확대해 왔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지역별로 FTA를 심화.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블록화에 뒤처지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7%에 달하는 무역의존도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나 지역과 FTA를 아직 체결하지 못한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金대통령의 제안대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가 실현될 경우 수출은 30%, 수입은 25%가 늘어나 연간 8억8천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으며, 국내총생산은 2.14%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기대효과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아세안 국가들과 한.중.일 3국을 한꺼번에 묶는 자유무역지대 창설이 현실적으로 무리일 수 있다.

그렇다면 한.중.일 3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별도로 FTA를 맺은 뒤 통합에 나서거나, 아세안 국가들이 먼저 FTA를 체결한 뒤 동북아 3국을 차례로 받아들이는 단계적 방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과제는 우리의 입장과 전략을 먼저 정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칠레와 3년이나 FTA협상을 벌였으나 농업분야의 개방 문제를 풀지 못해 결렬위기를 맞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FTA협상도 결국은 한국의 농업부문 개방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다.

칠레와의 협상 같은 사례가 이번에도 되풀이된다면 金대통령의 제의는 국제사회에서 '외교용'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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