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안테나] MBC 반년만에 '공영성' 뒷걸음

중앙일보

입력

TV방송에서 공영성과 오락성은 물과 기름처럼 조화를 이루기 힘든 것인가.

지난 4월 MBC의 봄철 프로그램 개편땐 '공영성'을 표방한 프로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미디어 비평''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매체비평.시사다큐물을 주요 시간대에 신설하거나 부활했다. 이를 두고 방송가에서는 취임 직전까지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직을 맡는 등 재야에서 활동해 온 김중배 신임 사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었다.

그리고 반년이 흘러 MBC는 5일 가을 개편을 한다. 김사장이 취임 8개월을 맞는 시점이라 봄 개편때보다 더 많은 관심이 모아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두껑이 열리자 개혁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 MBC는 이번 개편에서 오락 프로그램을 전진 배치했다.

비록 공영성을 가미한다곤 하지만 간판급 개그맨 5명이 진행하는 '느낌표(!) '가 주말에 신설되고, '세친구'의 송창의 PD가 다시 '연인들'이란 시트콤을 들고 찾아왔다.

'행복한 책읽기'와 '국악초대석' 등 문화 프로가 신설됐지만, 대부분 시청률이 저조한 시간대에 배치됐다. '100분 토론'을 SBS의 '토론 공방'과 같은 시간대로 옮긴 것도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방송계에선 MBC의 이런 변화를 봄 개편 후 시청률이 급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사장은 이번 개편에서 실무자들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각 장르별로 나름대로의 공익성을 드러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지침을 덧붙였다고 한다.

김사장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청률을 평가의 잣대로 삼는 풍토에서 이런 교과서적인 지침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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