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돈 찍어 경기부양 … 20조 엔 긴급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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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베 총리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과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20조 엔(약 240조원) 규모의 긴급 경제대책을 확정했다.

 도로·터널·교량 등의 개·보수와 항만 정비 등 공공사업에 5조2000억 엔 등 나랏돈 10조3000억 엔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쏟아붓는다.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부담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를 재생하고 디플레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기폭제로 삼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 일 정부가 추경예산을 통해 경기부양 등에 투입하는 20조 엔은 2009년 리먼 쇼크 당시에 이어 사상 두 번째 규모다.

 아베는 “이번 긴급경제대책안을 통해 실질 GDP 성장률을 2% 정도 높이고 60만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추경 편성과 함께 일본은행을 통해 현재 0% 안팎인 물가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무제한 금융 완화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정권이 출범 후 첫 작품으로 내놓은 이번 긴급경제대책안의 핵심은 공공사업을 대폭 늘린 것이다. ‘부흥 및 방재(防災) 대책’이란 명분으로 전국의 각종 인프라 시설을 정비하겠다는 일종의 선심성 ‘토목 예산’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안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거전략이란 비판도 있다.

 일 정부는 공공사업에 투입될 5조2000억 엔을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 한 해 일본의 국가 빚(국채)은 44조 엔에서 연간 규모론 사상 최대인 약 50조 엔으로 늘어난다.

 일본은 2009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란 슬로건 아래 공공사업을 최대한 억제해 왔으나 옛 자민당식 ‘돈 찍어 퍼주기’식 예산 집행이 부활한 셈이다. 1990년대 후반 자민당 정권은 버블 붕괴 이후 디플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로·댐·농지정비사업 등 공공사업에 거액을 투입하는 경기대책을 실시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나라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1일 “돈만 뿌려선 성장은 지속되지 않고 빚만 쌓인다는 것은 그리스의 재정파탄으로 명백히 드러났다”며 “공공사업에 의존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성장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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