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일본의 우경화, 그 밑에 깔린 계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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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문정인·서승원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660쪽
2만5000원

연세대 문정인(정치외교학) 교수가 일본 외교 전문가인 고려대 서승원 교수와 손을 잡고 일본 최고 지성들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데 나섰다. 문 교수는 대담집 『중국의 미래를 묻다』에서 중국 지성들의 속내를 파헤친 적이 있다.

 이번 책은 아베 내각의 출범으로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많은 이 시점에, 과연 일본의 최고 전략가들은 일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밝혀낸다. 시의적절하다 못해 타이밍이 절묘하기까지 하다.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일본의 존재감이 약해 보이는 시점에,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한 풍부한 재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의미이다. 두 저자가 ‘미·중 중심의 G2체제가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지역질서를 만드는 작업에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인상적이다. 일본인의 속내와 전략을 모르고서는 양국간 건설적 협력은 사상누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역사를 부정하는 골치 아픈 나라인 동시에 한때는 발전의 모델이었고, 이제는 일본의 현재에서 한국의 내일을 보는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복잡하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화 우려가 많다. 일본 우파와 한국 민족주의 세력의 ‘적대적 제휴’ 현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일본의 주류 지식인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냉철하게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전후 일본 외교가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 위에 서서 평화 헌법과 미일동맹이라는 두 개의 강고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여 왔다는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교수의 지적은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미국 없는 일본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는 말로 역시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야마구치 노보루 방위대 교수는 일본 군사전략에 있어 전수방위는 일종의 이념이며, 다른 나라에 대해 공격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군사대국화 우려는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중국 위협론이 팽배한 일본에서 “중국 위협의 본질은 강대해지는 중국이 아니라 정치개혁과 민주화에 실패해 불안정해지는 중국에 있다”는 고쿠분 료세이 방위대 총장의 지적도 신선하다. 일본의 국가안보정책의 미래는 중국의 해양 정책과 한국의 미래에 달렸다는 후나바시의 설명과 동아시아의 패권경쟁이 미식축구와 비슷해서 물러서면 패한다는 의식 때문에 군사력 경쟁이 있을 수 있다는 이노구치 다카시 도쿄대 명예교수의 언급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한반도에 대해서 후나바시는 한국 통일을 염원하면서도 반일로 무장한 통일 한국이 일본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가까운 시일 내에 흡수 통일은 어렵겠지만, 일본은 한반도 통일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미래에 대해서는 각양 각색이다. 이노구치 교수는 일본의 ‘정상국가화’를, 소에야 교수는 ‘미들파워 일본’을, 와다 교수는 ‘동북아 공동의 집’을, 아카시는 ‘국제공헌 국가 일본’의 길을 제시한다. 일본의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높다는 증거이다. 일본 전략가 누구도 위기 극복의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결론 내린 두 저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부분이다.

 이 책이 밝혀내는 일본 전략가들의 본심은 우리의 예상보다 심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일본도 우리가 기대하는 일본도 아닐 것이다. 더욱 깊은 일본에 대한 이해와 우리 자신에 대한 지적 성찰을 위해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이유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일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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