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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울릉도·독도의 꿈 실현|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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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고도 「울릉도·독도」의 꿈은 이제 실현되고 있다. l947년8월 한국 산악회가 서울서 조직된 대원 53명에 대구에서 참가한 30명을 합한 80여명의 인문과학자, 자연과학자, 기술자들로 구성된 학술 탐사대를 울릉도에 파견했을 때의 결론은 울릉도의 발전은 곧 동해상의 국력의 전진이요 이 국력의 전진을 위해서는 조속히 울릉도에 발전소를 건설하여야 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때 조선전업회사에 요청하여 참가케 했던 발전과 토목관계의 두 기술자는 울릉도 추산에 용솟음치는 큰 샘을 이용하여 수력발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오늘 그 때의 꿈이 열매를 맺게되어 그 때의 그 기술자에 의한 설계로 건실 중이던 1천2백「킬로와트」의 발전소는 정부의 적극적인 원조로 울릉도 전업공사에 의하여 만 3년만에 오는 5월3일 그 준공식을 보게된 것이다.
그 때 한국 산악회에서는 울릉도 답사만을 표면의 목표로 하고 또 하나의 숨겨둔 중요한 답사의 목표를 독도에 두었던 것이다. 아직 우리 국민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일본과의 평화 관계 수립에는 영토권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리라 보고 미리 이를 국민 앞에 널리 소개 인식시켜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동안 우리 해군과 교통부 등의 지원으로 한국 산악회에서는 일곱 번 독도에 갔었으나 상륙한 것은 네 번이었다.
두 번은 미국 공군의 연습폭격 때문에, 또 한 번은 돌연한 풍랑 때문에 상륙치 못하고 풍랑이 잦기를 기다려 다시 가서 하룻밤 동쪽 섬 물가에서 막영을 하면서 간결하나마 처음으로 독도의 지도를 그려내기 위한 육지측량작업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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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육지의 연장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바다로 진출치 못하고 바다를 개척할 의욕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민족은 그 본토도 제대로 개척치 못한다고 일러왔다.
포항에서 268「킬로」-뱃길로 열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울릉도에서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 두 끝까지 선을 그어 놓으면 해안선을 저변으로 하는 삼각형 내의 바다는 완전 우리 국토의 연장인 내해와 같은 활동무대가 될 것임을 알 수 있고 또 우리들의 해상활동의 능력에 따라서 울릉도와 독도를 거점으로 행동반경을 얼마든지 늘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할수록 우리는 참말 다행하다 할 것이다. 동해의 한 바다 가운데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섬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국력발전-현재보다도 장래에 기대할 바 더 큰 것이 있을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극히 다행하다 할 것이다. 일찍이 신라시대에는 우산국(우산국)이라고 했고 지금도 그 유물이 발굴되고 있다.
그러나 8백여「미터」의 성인봉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산이고 섬인 이 울릉도는 우리 국토라는 명목을 남기는 것만으로 결코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의 인구 약 2만명이 산비탈에 붙어서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고기잡이를 한다고 해도 극히 유치한 시설을 가지고 오징어, 꽁치, 명태, 방어, 소라, 전복 등을 잡아내는데 오징어 잡이도 햇볕에 말리는데 비만 오면 모두 썩어버리고 마는 형편이라 그 손실이 바다에서 밤새 잡아 올린 것의 절반이나 된다는 것이다.
또 그 외의 어떤 생선을 잡아 올린다고 해도 그 처리의 방도가 없는 이상 돈과 바꿀 도리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울릉도의 국민을 살리며 울릉도를 동해상의 국력의 발전기지로 국토 구실을 하게 하는 일은 오직 여기에 발전시설을 해주는 일 이외의 길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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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1962년10월 중 군사정부 때 의장직에 있던 박 대통령이 울릉도를 방문하고 결단을 내리어 울릉도 전업공사를 격려 편달하면서 국고보조 3천5백만원, 재정융자 1억3천4백만원 등 총 공사비 1억8천9백40만원으로 우선 발전시설 한 곳 만을 완성케 된 것이다.
사실 울릉도 도민(물론 이외의 대부분의 도서국민들이 마찬가지이지만)은 이때까지 세금을 바쳐가면서 동해의 거센 파도와 싸우며 국토를 지켜왔을 뿐 하등 국가의 혜택을 받아본 적이 없다가 이번에 비로소 그 혜택을 입게 되는 것이다. 나라의 정치는 서울 같은 도시에 치중되는 것만으로는 큰 뜻을 못 가지는 것이다. 진정한 정치는 가난과 설움 속에 사는 변두리의 국민들에게까지 그 보는 눈이 살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울릉도는 발전소의 건설 하나로써 당장 어떤 낙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면한 발전소의 수원을 확보키위해서만도 나리동분지에 조림을 하여야 하고 전력의 이용과 어장의 유치를 위하여 울릉도 주변에 집어등 시설을 하여 고기 떼를 12마일 이내로 끌어 모으도록 하여야 하고, 또 냉동·냉장·통조림·어유 짜는 등의 수산「센터」의 종합처리, 가공시설과 또 방금 진행 중인 축항시설도 완성되어야하고 그리고 울릉도와 육지사이의 교통선도 현재와 같이 비좁고 느린 것이 아닌 것을 속히 마련하여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2배로 4억원의 생산을 얻으리라고 한다.
이제 울릉도가 근대화의 첫걸음을 밟아 나가게되는 때에 독도 의용수비대 십수명이 서울까지 와서 공로훈장을 받고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서울 구경을 와서 청와대를 방문케 된 것도 육지 국민들에게 울릉도·독도간의 거리를 더 접근케 하는 좋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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