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가능성안은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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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무성은 26일 이미 공산월맹과 중공을 연결하는 하늘에는 지상에서와 같은 성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미군기와 월남상공에서 공중전을 하다가 중공령으로 도주하는 공산측 항공기에는 이른 바「도망」을 허용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추격하겠다는 것이다.
이 단호하고 중대한 미국무성 성명은 연 사흘에 걸친 치열한 월맹상공에서의 피아의 공중전전개 끝에 발하여 진 것이요, 또 월남문제 해결을 에워싼 미국 내외의 여론이 한창 고조되고 있는 때이었던 만큼 어떤 긴박감마저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동서냉전이 절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었던 지난 6·25동난 중에도 미 공군기이나 우리 공군기는 엄격하게 압록강이라는 군사적 한계선을 갖고있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중공 쪽 상공을 비행하는 것으로 되는 압록강이 북에의 비행은 금지되어 있었다. 당시 아측의 전세가 어느 경우에나 우세하지도 않았고 중공군의 대량 투입으로 동난의 국면이 극도의 위험선을 그리고 있었던 때이었는데도 우리편은 그 한계를 지키는 어려운 조건 아래서 전쟁을 수행했던 것이다.
그러니 만큼 더욱 이번의 미국무성 성명은 비록 본격적이고 대량적인 중공군의 직접 개입은 없을 지언정 월남전쟁이 대단히 긴박한 국면에 들어서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 같다. 물론「존슨」행정부로서는 10년을 넘긴 지루하고 소모적인 월남전쟁을 하루속히 승리로 이끌어가야 할 필요를 대내외적인 면에서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무제한한 확대를 또한 꾀할 수도 없는 책임 아래 있다. 따라서「존슨」행정부는 지극히 세심하게 작전의 행동 반경을 저울질하고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승리의 길로 내닫기 위한 작전상의 필요와 일방적 확전을 꺼려하는 미국내외 여론 사이에서「존슨」행정부는 언제나 조화점을 찾고 설득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듯 고민에 찬「존슨」행정부가 금번에 취한 단호한 결정은 다시 한번 미국의 전쟁 수행 결의를 내외로 밝혔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e
물론 그렇다고 이번에 천명된「존슨」행정부의 보기 드문 결의가 곧장 직선적으로 월남전쟁의 무제한한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만일에 미국이 그곳을 폭격하면 중공이 정식으로 병력을 투입하겠다고 한 지상의 「성역」인 하노이와 「하이퐁」이 아직도 온존되고 있고 근일에도 미국은 그곳을 폭격할 의사가 없다고 새삼스럽게 밝힌 일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늘의 「성역」을 깨어 없앤 이번 미국무성 성명은 적어도 확전에 의결보지를 공산주의자들에게 천명하는 일종의 위협적 효과는 충분히 지녔다 할 것이다. 적어도 공산주의자들이 이른 바 「성역」을 방패로 안일한 불가침의 망상에 그 동안 젖어있었다 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머리에 충분히 충격을 가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늘의 성역은 이미 없어졌고 지상의 성역도 언제고 없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공산주의자들에게 주어 무모한 전쟁 속에 한 가닥 반생이라도 주었다면, 또한 이번 국무성 성명의 정치적 효과는 달하고 남음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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