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닷컴의 7가지 속성 [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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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성 6

환상을 버린다.

• 프라이스라인닷컴(Priceline.com)

여행사업이라는 게 성격상 전자상거래를 하기에 적격인데다, 고객들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프라이스라인닷컴은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1998년 중반에 설립된 이 회사는 2년만에 예약규모가 5억 달러(약 6천5백억원)나 됐고, 신규고객도 분기당 1백만명 꼴로 늘어났다.

前 카탈로그 머쳔트(catalog merchant)이자 크로스 마케팅(cross-marmketing)전문가인 설립자 제이 워커씨는 인터넷에서 할인상품을 찾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워커씨는 자신이 도입한 '고객이 제품가격을 결정한다'는 환상적인 개념을 다른 상품들에도 적용해 가격체계의 혁신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납품업체들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및 잡화사업에도 뛰어들어 웹하우스클럽(WebHouse Club)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지만 1년도 안돼 4억 달러(약 5천2백억원)의 투자자금을 탕진했다.

한편, 보험, 신용카드, B2B 웹서비스 판매를 준비하던 프라이스라인도 자체 손실이 점차 늘어났다. CBS의 48시간(48 Hours)이라는 뉴스프로그램에서 부정적인 방송이 나간 뒤, 프라이스라인에 대한 고객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해져 갔다.

그러나 설립자 워커씨의 무모한 사업추진을 우려한 이사들이 웹하우스를 포기하도록 설득한 작년 10월말부터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워커씨가 웹하우스를 포기한 것은 프라이스라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는 또 3개월후 워커씨가 특허를 받은 워커디지털(Walker Digital)이라는 대형상점에 전념하기 위해 프라이스라인의 부회장직을 사임하고 이사회를 떠나기로 결심한 실제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프라이스라인의 회생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올 6월 워커씨가 회사의 지분을 홍콩의 억만장자 리카싱이 소유한 두 회사에 매각하겠다는 발표를 한 직후부터였다. 이날 이 회사의 주가는 30% 가까이 치솟았다.

워커씨의 역할은 축소되고 리차드 브래독(Richard Braddock, 현CEO)회장의 역할이 커지면서 그 회사는 예전의 여행사업으로 복귀했다. 여기에다 직원 3분의 1을 감원하고 영업비용을 절감했으며 고객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콜센터까지 새로 오픈했다.

마침내 올 7월말 프라이스라인이 2분기에 흑자가 발생했다고 실적보고를 하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산넘어 산. 이제 이 업체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9월11일 테러 사건의 여파로 여행업계의 타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객들에게 먼저 예약을 한 후 항공사와 경유지를 나중에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한 업체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왔다.

그러나 프라이스라인은 회기중반 기준으로 1억6천6백만 달러(약 2천1백58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브래독 회장도 경쟁사에 비해 심한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뉴욕과 워싱턴을 공격한 테러사건 이전에 기업구조조정을 거친 이 업체는 이번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이 업체가 해낸 성과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환상에 대한 집착을 마침내 포기했다는 점일 것이다.

▷성공한 닷컴의 7가지 속성

1. 도망갈 꾀를 내지 않는다.
2. 사업영역을 명확히 한다.
3. 수익률을 높게 잡는다.
4. 신속히 몸집을 줄인다.
5. 저렴한 이용료를 부과한다.
6. 환상을 버린다.
7. 업무에 전념하는 직원을 고용한다.

(ASIA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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