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질 못 참겠다” … 심상찮은 중국 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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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개혁이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광둥(廣東)성에서 발행되는 개혁 성향의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 소속 기자들이 신년 특집기사의 통제에 연일 항의하고 대학생들까지 동조하는 등 사태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시 총서기 취임 이후 언론의 첫 번째 반발이다. 또 차기 국가 최고지도자로 유력한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거리다.

 6일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에 따르면 남방주말 기자들은 5일 편집부 이름으로 낸 공개성명에서 “지난해 당 선전 당국이 매주 평균 20여 건씩 모두 1034건의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했다”고 폭로했다. 기자들은 “기사 통제는 충분한 설명 없이 수시로 이뤄졌으며, 기사가 통째로 사라지는 상황도 자주 일어났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공신력 있는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하며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4일에는 남방주말 전직 기자 50여 명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퉈전(<5EB9>震) 광둥성 선전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퉈 부장은 이 잡지가 신년 특집기사로 준비한 ‘어려운 중국의 꿈(中國夢夢之難)’이라는 제목을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꿈에 가까이 있다’는 유행가 가사로 대치하도록 지시했다. 또 기사에서 “헌법이 보호돼야 민중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내용은 삭제됐다. 전직기자들은 “퉈 부장의 행동은 월권이며 무식하고 과도한 짓이며 희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살하고 평등의 시대에 홀로 권력을 누리는 폭력적 처사”라고 비난하고 그의 사퇴와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날 이 잡지에서 지난 4년간 인턴으로 일했던 직원들도 퉈 부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으며 난징(南京)대 저널리즘 스쿨도 당국의 언론 개입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3일 각 언론사에 보낸 긴급공지에서 “남방주말 사태와 관련, 기자들의 어떤 형태의 토론도 금지시키라”고 지시했다. 현재 웨이보를 통한 남방주말 관련 의견은 삭제되고 있으며 글을 게재한 네티즌 계정은 곧바로 폐쇄된다.

 한편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5일 “낡은 언론 규제정책을 계속할 수는 없다”면서도 “중국 언론은 서양의 언론과 같을 수 없으며 국가 정치와 분리해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전 부문을 담당하는 정치국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은 2일 열린 전국선전부장회의에서 “관리들이 당의 정책 전파에 굳건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남방주말=광둥성 당위원회 기관지인 남방일보(南方日報) 자매지로 1984년 창간됐다. 매주 목요일 발행되며 당 기관지 성격이 강하지만 중국 사회 문제와 공직 비리 등을 집중 보도해 필화사건이 끊이지 않는 중국의 대표적인 개혁 성향 언론이다. 발행부수는 120만 부로 중국 주간지 중 가장 많으며 중국 지식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잡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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