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실속 없는 서울연극·무용제 통합

중앙일보

입력

현재 서울에서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서울공연예술제'(10월 4~11월 17일) 가 열리고 있다. 매년 이맘때 하던 서울연극제와 서울무용제를 통합해서 연 첫 축제다.

두 행사는 한국예술인총연합회(예총) 산하 기관으로 명목상 각 장르를 대표하는 한국연극협회와 한국무용협회가 주관했다. 25년 동안 같은 이름으로 행사를 치른 서울무용제와 달리, 23년 묵은 서울연극제는 이름과 성격에 변화가 심했다. 이사장 등 협회의 주도 세력이 교체되면 경연제냐 아니냐로 갈등하거나 이름도 바뀌기 일쑤였다.

이런 무원칙.무비전이었으니 20년도 넘는 연극제가 관객들 사이에 때가 되면 기다려지는 괜찮은 축제로 각인돼 있을 리가 없다.

경연 형식을 지속해온 무용은 무용대로 매년 '끼리끼리 잔치'라는 비난 속에 수상작(자) 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올해도 경연작은 네 편인데, 수상할 사람은 여덟명(안무자 2명.연기상 6명) 이나 되니 제대로 된 경쟁의 룰로 보기 어렵다.

일단 모두 다 나아지려는 몸부림으로 보면, 올해 연극과 무용의 통합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 두 장르가 서로 장점을 취해 닮아가려고 하는 게 공연예술 선진국들의 주목할 만한 추세. 그런 만남을 통해 예술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연극.무용인들 대부분은 이런 흐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판에서 장을 치고 싶어하는 '욕심'때문에 실질적 교류는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성 있는 조직에서 통합.교류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한 것이다.

문제는 '서울공연예술제'라는 이름의 통합 외에 실속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한몸'이 되지 못한 집행부와 홍보 시스템의 낙후, 출품작 선정시비에 휘말릴까 겁을 먹었던지 너무 많은 작품을 나열(연극 47편.무용 64편) 하는 등 한마디로 축제의 컨셉이 안잡힌다.

그러니 각자가 하던 것 만큼의 색깔도 관심도 끌지 못해 시너지는 커녕 자칫 공멸(共滅) 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억원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이 축제를 구호처럼 '세계적인 예술종합축제'로 키우려면 양측의 순수한 만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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