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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의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4월l일은 만우절.- 남을 거짓말로 속여서 모두 바보로 만드는 날이다. 이러한 기풍이 언제 어디에서 생겨났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하루쯤 마음 푹 놓고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 날이 있다니, 분명 기발한 풍속임에 틀림없다.
불란서는 만우절에 속은 사람을 poissond, Avril'(4월의 물고기)이라고 부르는데 poisson(물고기)은 passion(수난)이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즉 예수가 죽기 직전에 유태인들에게 우롱 당한 그 「수난」을 잊기 위하여 이런 풍습이 생겨났다는 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말이다.
문학작품을 들추어보면 영국의 수필가 「참즈·램」이 『언제고 그대가 이 즐거운 날을 맞이할 것을 빈다』는 「만우절」송을 쓴 일이 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멍텅구리들 멍텅구리들, 나는 숲 속에서 멍텅구리들을 만나보았다』라고 묘사한 만우절풍경이 나온다.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하든 혹은 거짓말을 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무의식적 심성으로 해석하든 만우절 때문에 생긴 희비극은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신문까지도 만우절에 거짓말 기사를 실어 대 혼란이 일어난 사건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선전포고를 했다거나, 왕실의 진품들을 공개한다거나 등등의 거짓말에 속은 군중들이 아무리 만우절의 거짓말이 있다고 해명해도 그것까지가 거짓말인줄 알고 일대혼란을 일으켰던 일은 영국 불란서 등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진짜를 말해도 거짓말인줄 알고 거짓말을 해도 진짜로 오인할 때 인간사회는 질서를 잃는다. 새삼스런 말 같지만 만우절의 진풍경을 보면 거짓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재삼 실감케 된다. 만우절에 급환자가 생긴다든지 불이 났을 경우,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는 수도 그 적은 예의 하나이다.
그러고 보면 삼백예순날이 전부 만우절과 다름없는 거짓말속에서 불신과 경계로 살아야하는 우리사회의 혼란이 얼마나 두터운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낄수 있다. 이젠 국민을 속여 우민으로 만들려는 위정자와 속지 않으려고 집권자를 불신만하는 국민들의 그 만우절「쇼」의 막을 그만 내릴 때도 되지 않았는가 싶다. 그래야 4월1일 「하루만의 거짓말」을 우리도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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