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이 있는 풍경] 연극배우 윤석화 문화사업가 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연극배우 윤석화(46) 씨에게 겹경사가 생겼습니다. 본인에게는 산고의 고통이 있었겠지만, 좋은 일이니 경사일 수밖에요.

그 중 하나는 예술정보 주간지 창간입니다.다음달 15일 첫호가 나올 '에인절스(angel's) '인데, 지난해 객석 인수로 출판업에 뛰어든 윤씨가 두번째로 내는 작품입니다. '순수와 대중예술을 접목한 쉽고 편한 잡지'가 모토입니다.

다른 경사는 소극장 '정미소(精美所) ' 착공입니다. 정미소는 서울 동숭동 지금의 객석 빌딩 자리에 들어서는 2백석 정도의 아담한 극장으로 내년 완공이 목표입니다.

지난 18일 오후 이 극장 터에서 출간 기념식과 착공식이 함께 열렸습니다.

윤씨는 "정미소에서 쌀을 도정(搗精) 하듯, 이 소극장에서 '질 좋고 맛 있는' 예술품을 많이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늘 공연장이 부족한 현실에서 윤씨의 소극장 착공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이번 겹경사가 아니더라도 연륜이 깊어지면서 윤씨가 펼치는 '예술사업'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연극계에서는 '배우의 변신은 무죄'란 농담이 있는데, 윤씨의 이런 무죄형 변신은 빈번할수록 좋은 일로 보입니다.

윤씨는 지난달 호암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넌센스'에서는 예술감독을 맡아 배우와 연출을 겸하기도 했습니다. 이쯤이면 전방위 예술가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좀 뜻밖입니다. "예술가란 운명을 타고난 내가 나를 키워준 곳에 대한 일종의 봉사요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돈보다는 척박한 돌(石) 틈에서 예술의 꽃(花) 을 피우겠다는, 자신의 이름에 담긴 운명적 계시에 순응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활동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이젠 주변의 오해도 많이 사는 모양입니다. 현장과 미디어까지 거머쥔, 시쳇말로 '문화권력'이 돼 가는 게 아니냐는 질시와 의혹의 눈길이지요.

이런 지적을 윤씨는 이렇게 받아넘겼습니다."나는 순수와 대중예술, 현장과 미디어의 간격을 메워 소통의 길을 여는 길잡이가 되고 싶을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