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상하이회담 결산] 닷새만에 또 만난 한 · 일정상

중앙일보

입력

20일의 상하이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관계를 복원하려는 두 정상의 의지가 담겨 있는 장(場)이었다.

닷새 전의 서울 회담이 정상간 채널복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회담은 실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조치에 역점을 두었다. 양국간 투자협정 연내 서명을 비롯, ▶항공기 증편▶월드컵 기간 중 한국인의 일본 입국사증 면제 추진 합의 등이 그 예다.

한달 전까지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일본의 역사인식을 비난했고, 다른 현안은 논의조차 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양국관계는 일단 진전을 본 셈이다. 그 배경을 놓고 한.일관계를 현재와 같이 '뒤틀어진 상태'로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는 데 양국 정상이 인식을 같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측에선 경제적 측면이, 일본측에선 대(對)아시아 외교의 반경을 넓히는데 한국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각각 반영된 것 같다. 특히 내년에 개최되는 월드컵 대회의 원만한 운영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양국 정상은 '명확한 합의'는 아니지만 일단 '같이 협의해보자'는 선에서 절충을 보았다.

우선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전문가로 구성키로 했던 역사 공동연구 기구를 양국 정부가 지원키로 했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일본측은 지난 15일의 정상회담에서 밝힌 '새 참배장소 건설 검토'를 위해 연내에 연구회를 설치키로 했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번 회담 뒤 "도대체 얻은 게 뭐냐"는 비판을 들었던 한국 정부의 입지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시아 외교의 경험이 전혀 없었던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한.중 정상과 잇따라 만난 만큼 내년에 다시 야스쿠니를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양국 정상은 대부분의 현안을 실무 협의로 넘기는 선에서 의견조율을 했지만,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합의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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