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대기업 규제 완화안 부처간 이견 최종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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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온이 뚝 떨어졌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이 23일이다. 나라 안팎 경제 기상도도 쌀쌀해진 날씨만큼 움츠러들고 있다.

테러 대전에 탄저병 공포는 소비심리를 가라앉히고 세계경기 회복이 늦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 여파로 수출이 줄어들자 정부는 내수로 군불을 지피려 하고 있다. 초저금리 속 갈 곳을 몰라 하는 시중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한 상품도 내놓았다.

22일부터 장기주식저축에 가입할 수 있다. 처음 며칠 동안 돈이 얼마나 들어올지 증권계가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어지간해선 이익을 내기 어렵게 돼 있다. 가입금액의 7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일단 사면 석달 이상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걸핏하면 요동치는데 제때 팔지 못하면 눈 뜨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우리 증시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상적인 상품이라서 그다지 많은 자금이 몰리지 않으리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래도 봉급생활자든 자영업자든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므로 연말로 갈수록 세금 공제를 받기 위한 가입이 늘어나리란 기대를 안고 있다.

시장의 또다른 관심사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처리 문제다. 3분기 매출이 반 토막이 난 가운데 손실은 두배로 불어났다. 반도체 시세가 원가를 밑돌고 빚에 대한 이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쟁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보다 형편이 낫다는 분석이다.

회사측은 반도체 일부 설비를 중국 등에 팔아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등 추가 자구책을 내놓았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도 움직이고 있다. 기존 대출이 많아 채권단회의에서 발언권이 센 데 신규 자금 지원을 반대하는 쪽에 서 있는 주택.국민은행의 향배가 관심거리다.

30대 그룹 지정과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손질하는 기업규제 완화 방안이 이번주 안에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식으로 결정되든 공정거래법을 바꿔야 하므로 서둘러야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 2차 추경 편성과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1조원 지원 등 내수진작 대책과 맞물려야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는 정부가 부처간 이견 조정에 나설 것이다.

11월 1일 합병은행으로 공식 출범하는 국민.주택은행이 이번주에 본부 부서장 인사를 한다. 지점의 업무 통합은 내년 초 전산망 일원화 이후로 미룬 채 본부부터 섞기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은행의 두뇌가 어떤 인물로 채워질지, 반발은 없을 지 합병은행의 앞날을 예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쌀 농사는 11년 만에 대풍이라지만 농민들은 우울하다. 재고는 더 쌓이고 쌀값이 떨어질 판이기 때문이다. 한우는 4백만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는데 돼지값은 급락하고 있다. 어물쩍대며 일단 고비를 넘기고 보자는 정책이 낳은 후유증들이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시장이 제 기능을 하며, 투명한 제도 아래서 경쟁하도록 해야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경제가 건강해진다.

양재찬 경제부장 ja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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